원화 한달새 5% 급등, 30개국중 최고…당국 ‘긴장’

원화 한달새 5% 급등, 30개국중 최고…당국 ‘긴장’

입력 2013-05-09 00:00
수정 2013-05-0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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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가치가 한 달 새 5% 가까이 급등, ‘원고(元高) 쇼크’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어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원화가치의 최근 상승률은 30개 주요 선진·신흥국 통화 가운데 가장 높다. 변동폭도 커 환율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모습이다.

원화가치 상승을 이끄는 국외로부터의 자본 유입이 갑작스럽게 끊기는 ‘서든 스톱(sudden stop)’과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원화가치 유독 강세…일본은 엔저 공세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으로 달러당 원화는 4.90% 상승했다. 원화가치가 상승한 만큼 원·달러 환율은 하락해 달러당 1,100원을 밑돌았다.

이 같은 원화가치 상승폭은 다른 국가 통화와 비교해서 뿐 아니라 과거 등락 추세와 비교해서도 가파르다.

30개국 가운데 자국 통화가치가 1% 넘게 상승한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8개국이다.

상승률도 말레이시아(2.46%), 대만(2.33%), 루마니아(2.16%), 헝가리(2.00%), 멕시코(1.47%), 필리핀(1.20%), 중국(1.00%) 등 대부분이 한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신흥국 중에서도 원화가치가 유독 높게 오르는 것은 외국인 자금의 유출입에 제약이 적은 데다 우리나라가 신흥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 달의 원화가치 상승률과 변동폭은 과거에 견줘서도 큰 편이다. 그만큼 최근의 원화가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의미다.

올해 들어 원화가치는 1월에 1.71% 하락하고 2월에 1.32% 상승한 뒤 3월에는 2.49% 다시 하락했다.

우리나라가 원화가치 상승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틈에 일본은 대대적인 양적완화 정책으로 엔저(円低·엔화가치 하락)를 유도했다.

원고와 엔저가 겹쳐 원·엔 재정환율은 4년8개월 만에 100엔당 1,100원이 붕괴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최근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한국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것과 관련해 “엔저 대책을 위해 금리 정책을 취하진 않는다”면서도 “금리란 것은 여러 경로로 환율, 다른 변수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원고 심화 전망’서든스톱’ 우려도

문제는 앞으로 원고·엔저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원화가치 상승과 금리 차익을 노린 ‘핫머니(단기 투기성 자금)’가 유입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세계적인 양적완화 지속과 엔저로 금리차와 원화 강세를 노린 핫머니가 급속히 유입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의 안보 위협이 주춤해지면 외국인 자금이 주식과 채권시장에 빠르게 흘러들어와 원화가치를 더 끌어올릴 것으로 신 연구위원은 예상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우리나라 채권에 2조1천360억원을 순투자, 외국인 채권 보유액이 3개월 연속 최대치를 기록했다.

’와타나베 부인’으로 불리는 일본 거액 자산가와 기관이 자국에서 저금리로 돈을 조달, 우리나라에 쏟아붓는 ‘엔캐리(Yen-Carry)’ 거래가 늘어날 조짐도 보인다.

일본 정부가 참의원 선거가 예정된 오는 7월까지는 엔저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수조달러를 보유한 연기금의 자금이 대규모로 건너올 수 있다는 것이다.

권승혁 한은 국제경제부 과장은 “엔화의 선물 포지션이 순매도로 전환하는 등 엔캐리 거래가 확대될 조짐을 보인다”고 전했다.

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도 “일본 연기금이 올해 회계연도(내년 3월) 안에 국외 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엔캐리 거래가 본격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내로의 자금 유입에 따른 원화가치 상승보다 더 우려해야 하는 것은 ‘서든 스톱’과 자금 유출이라는 견해도 있다.

앞다퉈 양적완화에 나선 선진국들이 ‘출구전략’에 돌입할 경우 외환시장의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국제금융협회(IIF) 주관 세미나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신흥시장의 서든스톱이 우려된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외화유동성 추가 확보를 주문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환율이 실물과 괴리된 상황에서는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며 “당장 수출에 미칠 악영향보다 훨씬 큰 재앙”이라고 설명했다.

신 연구위원은 “급격한 자본 유출입에는 정부의 ‘외환규제 3종세트’로도 한계가 분명하다”며 외환거래세 등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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