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에도 일본차 힘 못쓴다…현대·기아차는 선방

엔저에도 일본차 힘 못쓴다…현대·기아차는 선방

입력 2013-05-22 00:00
수정 2013-05-2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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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월 도요타 유럽판매 13% 감소…현대·기아차는 점유율↑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엔저 날개’를 달고도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힘을 못쓰고 있다. 대신 현대·기아차는 해외시장 침체기에 점유율을 늘리고 신흥시장을 집중 공략해온 전략으로 선방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월 유럽 시장에서 도요타의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줄어든 17만9천342대로 시장점유율이 4.6%에서 4.3%로 낮아졌고 닛산도 5.4%의 판매량 감소율을 기록했다.

엔저가 본격화된 지난 3월에도 일본 차업체들의 전세계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10.1% 감소했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1∼4월 유럽시장 판매량이 25만8천950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1% 줄어들긴 했으나 시장점유율은 5.8%에서 6.2%로 0.4% 포인트 올렸다.

올 들어 4월까지 현대·기아차와 도요타의 글로벌 판매실적을 비교하더라도 현대·기아차는 브라질과 중국 시장의 호조로 판매량이 전년동기 대비 7.3% 늘었으나 도요타는 3.1% 감소했다.

엔저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4월에도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7.1% 늘어난 반면 도요타는 2.9% 증가한데 그쳤다. 주말특근이 중단된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기아차가 상당히 선전하는 셈이다.

이는 도요타, 혼다, 닛산의 해외생산 비중이 80% 가까이 이르러 일본에서 생산한 수출분만큼 엔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생산량과 수출량을 서둘러 늘리는데 시간적 제약이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KB투자증권 보고서는 “일본업체들의 수출은 금융위기 이전 연간 670만대에 달했으나 현재 480만대로 감소한 상태”라며 “엔저 효과를 기대하고 수출량을 600만대 이상으로 늘리려면 부품 조달망 및 유통망 등 자동차산업 전반이 살아나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도요타는 2014회계연도 수출목표를 전년 대비 3.8% 감소한 185만대 수준으로 잡았고 혼다, 닛산은 일본 대신 해외 현지 생산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시장에 치중한 일본차의 해외 전략도 중국, 유럽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는 한국차와의 차이점이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빅3가 상위 16개 자동차기업의 시가총액 50% 이상을 차지하며 글로벌 시장을 주도해왔으나 이후 중국 등 신흥시장이 등장하며 일본 업체의 비중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일본업체의 시가총액 비중은 2006년 57%에서 2012년 37%로 줄었고 이 감소분을 중국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 독일차, 신흥시장에서 고루 고성장세를 유지하는 한국차, 구조조정에 성공한 미국차들이 분산 흡수했다.

임은영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다시 미국시장 수요가 중국시장을 앞설 수 없는 것처럼 엔화약세가 추가로 진행된다고 해도 미국시장 위주의 일본 빅3가 다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KB투자증권의 신정관 연구위원도 “한국, 일본, 미국, 인도네시아 4개 국가를 제외한 현대·기아차와 도요타의 글로벌 판매는 거의 대등한 수준”이라며 “유럽 자동차시장의 반등이 시작됐고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약진이 지속되는 점을 고려하면 양사의 글로벌 판매격차는 더욱 좁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엔저에 의한 일본업체들의 판매경쟁이 가열될 경우 현대·기아차의 수익 및 투자 환경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단순한 수출량이나 판매량의 증감보다는 일본업체들이 엔저로 수익구조 환경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며 “수익성이 개선돼 개발 및 투자여력이 생겨난 일본업체들이 유리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후발주자인 현대·기아차가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데 향후 일본업체보다 불리한 여건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노조의 주말특근 거부로 인한 생산차질이 11주째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높여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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