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8개월 연속 1%대…디플레이션 논란

소비자물가 8개월 연속 1%대…디플레이션 논란

입력 2013-07-01 00:00
수정 2013-07-0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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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수준까지 떨어진 것은 국제 유가와 농축산물의 가격이 안정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물론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는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률 둔화를 이끌었다.

낮은 물가 상승률의 원인을 공급 측면에서 볼 것인지 수요 측면에서 볼 것인지를 두고 한국이 일본 디플레이션의 전철을 밟는지에 대한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 유가·기상 여건 좋아 저물가 지속

통계청이 1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6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 상승하는데 그쳤다.

지난 5월에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9월(0.8%) 이후 13년8개월 만에 처음으로 가장 낮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이 추세를 그대로 이어간 것이다.

물가가 이처럼 낮은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하는데 1등 공신은 국제유가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수요가 많지 않다 보니 국내 석유류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1% 내렸다.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이 소비자물가보다 높은 1.4%,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가 1.3%를 각각 기록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농축수산물 가격도 작년 동기 대비로 2.3% 하락해 물가 안정에 견인차 구실을 했다. 농산물 가격이 2.2%, 축산물 가격이 5.1%씩 하락했다.

신선식품지수가 2.2% 하락한 것도 이 같은 영향을 받은 것이다.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은 기상 여건이 좋았기 때문이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가뭄이나 폭우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곤 하는데 올해는 이런 현상이 아직 나타나지 않아 채소가격이 특히 안정돼 있다.

지난 3월에 무상보육 대상이 확대된 것도 제도적인 요인도 물가안정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서비스 부문은 전체적으로 작년 동월대비 1.3% 올라 전체 물가상승률을 웃돌며 상승세를 꾸준히 이어갔다.

우선 공공서비스 부문에서 택시료(7.7%), 하수도료(6.2%)가 작년 동월 대비 많이 올랐다.

개인서비스 부문에서도 작년보다 공동주택관리비(8.2%), 중학생 학원비(4.6%), 고등학생 학원비(5.8%), 맥주 외식(7.1%) 가격 등의 오름 폭이 컸다.

전세 가격도 작년보다 3.1% 오르는 등 집세(2.6%) 상승세를 이어갔다.

◇ 일본 디플레이션 전철 밟나 ‘논란’

낮은 물가 상승률이 지속하면서 한국이 일본 디플레이션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일본이 1990년대 초반에 부동산·주식 등 자산가격 폭락에 따른 부채 디플레이션으로 20년 넘게 장기불황을 겪은 것과 한국의 최근 모습이 유사하다는 우려다.

당시 일본은 초기 단계에서 과감한 금리 인하 등 정책 대응에 나서지 못하면서 디플레이션 악순환을 겪었다.

한국의 경우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11월 1.6% 상승으로 1%대에 진입한 이후 8개월째 1%대에서 하향 안정화되는 추세다.

이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이 제시한 물가안정 범위(2.5∼3.5%) 하한선을 7개월째 밑돌고 있다는 것은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초기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의미라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정부는 반대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기재부는 한국의 물가가 7개월 연속 1%대의 안정세를 보이는 것은 수요 압력에 따른 약화보다 공급이나 제도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므로 일본과는 다르다고 설명한다.

양호한 기상 여건에 따른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 국제 유가 하락, 무상보육 확대 등 변수가 강했을 뿐 일시적·계절적인 요인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하반기에는 물가가 상반기보다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 김보경 물가동향과장은 “디플레이션은 경제 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중요한데 한국은행 발표를 보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3% 내외에 머물고 있다”면서 “한국은 일본과 다른 사례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6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8%로 전월보다 0.1% 포인트 낮아진 바 있다.

김 과장은 “국제유가 등 영향을 워낙 크게 받는다”고 전제하면서 “하반기에는 기저효과 때문에 상승세가 좀 더 가팔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이대희 물가정책과장도 “기저효과 등 기술적 요인으로 상반기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재부는 올해 물가상승률로 1.7%를 전망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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