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은행 아닌 장롱에…저금리와 5만원권 때문”

“돈이 은행 아닌 장롱에…저금리와 5만원권 때문”

입력 2013-07-14 00:00
수정 2013-07-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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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보고서를 통해 최근 통화승수와 통화유통속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신용경색의 징후가 아니라고 밝혔다.

통화승수란 광의통화(M2)를 본원통화로 나눈 것이고, 통화유통속도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M2로 나눈 것이다. 모두 중앙은행이 푼 돈이 시중에 얼마나 잘 도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14일 한은 금융시장팀 김 철 과장·표상원 조사역은 ‘주요 통화관련 지표 동향 및 평가’란 보고서에서 “통화유통속도와 통화승수의 하락은 금융·경제구조 변화, 제도·정책변경의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2000년 초반 25배 수준에서 오르내리던 통화승수는 금융위기인 2009년 3분기 이후 뚝 떨어져 2013년5월 현재 20.9배까지 내려왔다. 2000년 1분기 0.87이었던 통화유통속도 역시 2011년 4분기 0.72, 2013년1분기 0.70으로 꾸준히 하락세다.

그러나 보고서는 “최근 통화승수의 하락세는 5만원권의 발행·저금리 기조로 현금보유 성향이 강화된 게 주된 이유”라 분석했다.

편리성을 앞세운 5만원권이 자기앞수표를 대체한데다, 저금리 기조로 현금을 통장에 넣을 유인이 떨어지며 돈이 은행이 아닌 집안 장롱에 머물고 있단 것이다.

실제로 5만원권 발행 효과 등을 제외하고 통화승수를 다시 구해보면 2009년 이후에도 그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보고서는 통화유통속도의 하락 역시 새 금융상품이 생기고 금융산업이 성장하는 ‘금융심화’에 따라 실물경제보다 통화수요가 더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예금이 다른 사람의 대출이 되고 이것이 투자상품 등으로 유입되면 투자받은 측이 다시 파생상품에 돈을 넣는 식으로, 같은 양의 돈을 갖고도 금융기관의 자산·부채가 늘어나게 됐단 것이다.

돈 그 자체를 거래수단이 아닌 투자대상이나 자산으로 여기는 경향 역시 돈이 도는 속도를 줄였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통화유통속도가 떨어진 시기에 여신증가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 점도 현재가 돈맥경화 상태가 아닌 걸 보여준다 덧붙였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 철 과장은 “일부에선 통화유통속도·통화승수 하락을 신용경색이나 금융기관의 신용창출기능 약화라 보지만 이런 해석은 곤란하다”며 “신용경색은 연체율, 가계·기업의 자금조달 등 미시지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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