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력 180만㎾로 추락…발전기 불시고장시 강제 순환단전 불가피비상발령시 TV속보·인터넷·문자 전파…경계 발령 땐 사이렌 송출윤상직 장관, 대국민 절전호소…”오전 10시~오후 6시 전기사용 자제해야”
전력수급에 초비상이 걸렸다. 대형 발전기 한 대만 멈춰서면 강제 순환단전에 돌입할 수도 있을 정도로 전력사정이 빠듯한 최대 위기 상황이다.정부는 수급위기 비상이 발령되면 TV속보, 인터넷, 문자 등을 통해 국민에게 신속히 상황을 전파할 계획이다. 문자는 한국전력과 계약된 수용가의 대표자 명의로 발송되게 된다.
특히 예비력 200만㎾ 미만의 ‘경계’ 단계가 발령되면 민방위 사이렌을 송출해 정전 상황에 대비하도록 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지하2층 종합상황실에서 전력 유관기관장들을 전원 소집해 전력위기 수급대책회의를 주재하고 대국민 절전 호소문을 발표했다.
윤 장관은 “정부도 비장한 각오로 임하고 있지만 이번 전력위기는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 없이는 극복하기 매우 어려운 절박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전력당국은 12일 최대 전력수요가 8천50만kW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돼 모든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예비력이 180만kW까지 추락하는 전력수급경보 4단계인 ‘경계’ 발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9·15 대정전 이후 최대 위기
전력당국은 12∼13일 이틀간 전력 공급능력이 7천744만kW이지만 수요는 8천50만kW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여 대책 시행 전에는 산술적으로 예비력이 마이너스 306만kW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예보된 전력 수요는 지난 9일 기록한 기존 최대치인 7천935만kW를 훌쩍 넘어서는 것으로 사상 최대치가 된다.
산업부 측은 “애초 올여름 최대 수요를 7천870만kW로 예측했으나 한 달 이상 계속된 폭염으로 예상보다 180만kW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수급경보 ‘경계’는 2011년 9·15 순환정전 당시 예비력이 20만kW까지 떨어지면서 ‘심각’ 단계가 발령된 이후 가장 위험한 수준이다. 9·15 정전 때는 예고 없이 순환단전을 해 큰 혼란이 빚어졌다.
전력당국은 상시 대책 외에 전압하향조정, 화력발전 극대 출력 운전, 긴급절전, 공공기관 비상발전기 가동 및 자율단전 등 긴급 비상조처를 추가로 동원해 예비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방침이다.
윤 장관은 “자칫 발전기 한 대만 불시 고장이 나도 지난 2011년 9월 15일과 같은 순환단전을 해야 하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100만㎾급 원전 등 대형 발전기에 고장이 발생할 경우 순환단전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는 위기 상황임을 언급한 것이다. 10일 밤에는 규모는 작지만 일산 열병합발전소 가스터빈 3호기에 문제가 생겨 가동이 중단됐다가 하루만인 11일 오후 정상화되기도 했다.
윤 장관은 블랙아웃 직전 강제 순환단전을 할 경우의 절차와 요건, 순서에 대해서는 “불가피하다면 매뉴얼에 따라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시행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막고자 대책을 시행하는 것이다. 그런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정승일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순환단전까지 가지 않기 위해 모든 대책을 동원하는 것”이라며 “예비력 400만㎾ 이하일 때 비상수급으로 260만㎾를 추가로 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순환단전 매뉴얼은 ▲ 1순위에 주택·아파트, 일반상가 ▲ 2순위로 다중이용시설 공급선로, 산업용 일반, 산업용 공단 ▲ 3순위는 농어업·축산업 등 정전민감고객(양식장 등), 대규모 산업용(66㎸ 이상)으로 분류돼 있다.
순환단전 시간은 30분에서 1시간으로 확대하고 차단단위도 10만㎾에서 50만㎾로 늘렸다.
◇ “오전 10시~오후 6시 전기사용 자제해야”…절전규제 안지킨 대기업 명단 공개
정전사태를 막으려면 이번주에는 국민과 기업의 전기사용 자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정부는 강조한다.
윤 장관은 “내일부터 사흘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산업체, 공공기관, 가정, 상가 구분없이 전기사용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며 “실내는 26도 이상으로 유지하고 사용하지 않는 전자기기나 설비의 전원은 차단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장관은 또 “의무절전 규제 실적을 평가한 결과 17%의 기업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실사자료가 있다”며 “현장에서 절전 관리를 강화하자는 내용이 (회의에서) 논의됐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지난주 의무절전 규제 이행실적을 집계한 결과 절감량은 당초 목표한 280만㎾를 달성했지만 이행률은 지난 겨울철(89.4%)과 비교해 약 7%포인트 낮은 83% 수준이라며 절전규제를 지키지 않은 20여개 대기업 명단을 이날 공개했다.
절전규제 위반 대기업은 ▲ 자동차 기아차(광명·광주·광산·오산), 현대차(전주·울산·아산) ▲ 디스플레이 LG화학(파주) ▲ 화학 SK케미칼(울산), 한화케미칼(여수) ▲ 반도체 LG실트론(구미1·구미2) ▲ 타이어 금호타이어(평택·광산·곡성) ▲ 철강 대한제강(부산), 현대하이스코(순천) ▲제지 전주페이퍼(전주), 한솔제지(서천) ▲ 정유 에쓰오일(울산) ▲ 전기 LS산전(청주), LS전선(구미) ▲ 기계 현대로템(안양) ▲ 식품 남양유업(나주·세종), 롯데칠성(대전), 하이트진로(전주) ▲ 정보통신 SK네트웍스(서울) ▲ 건설 현대산업개발(부산) 등이다.
산업부는 “무더위에서 고통을 감내하며 절전에 동참하는 대다수 많은 국민을 생각할 때 반드시 개선돼야 할 것”이라며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주요 대기업의 절전규제 이행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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