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구조조정 기업 예외 있지만, 금호산업 해당안돼”

산업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금호산업 구조조정안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전격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구조조정안에 담긴 신규순환출자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금호산업 구조조정안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대래 공정위원장은 2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포럼에 강연자로 참석해 “(구조조정 기업의 경우) 채권단에서 결정했다 하더라도 (기존 순환출자 고리에 없던) 새 계열사를 등장시켜 신규순환출자를 형성한다면 규제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확인결과, 공정위는 산업은행이 마련한 금호산업 구조조정안에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마련한 구조조정안에는 아시아나 항공이 갖고 있는 금호산업 기업어음 790억원 어치를 출자전환한 뒤 계열사인 금호터미널에 이를 매각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산업에 출자전환한 뒤 지분 9.5% 가량의 관련 주식을 금호터미널에 매각하면 ‘금호산업-아시아나-금호터미널-금호산업’으로 연결되는 신규순환출자 고리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공정위는 구조조정 기업이 불가피한 신규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는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할 방침이지만, 이번 금호산업 구조조정안은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예외를 인정하려고 했던 것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이 결정해 대주주에 책임을 묻는 것이었다”며 선을 그었다.

대주주가 사재출연 형식으로 주식을 출연하는 경우나 기존 주주인 계열사가 추가 증자에 참여할 때만 예외를 인정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산업은행 구조조정안은 현행법상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앞으로 규제대상에 포함되는 방향으로 간다는 것”이라며 “신규순환출자 금지 입법이 빨리 되지 않으면 이런 편법적인 형태로 미리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어놓으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전격 제동에 산업은행은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을 보이며 구조조정안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법안과 배치된다면 안 하는 방향이 맞지 않겠느냐”며 “내부적으로 협의하고 채권단 의견을 들어 수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구조조정 기업의 경우 순환출자의 예외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동안 명시적으로 나왔던 이야기가 없었고 우리 안은 순환출자 금지 취지에도 반하지 않기 때문에 그 예외에 해당하는 줄 알았다”며 “알면서 강행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금호산업의 기업어음을 출자전환한 뒤 금융시장에 파는 방안 등을 포함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수정안을 검토하겠다. 이 경우 상호출자 문제가 불거질 수 있지만, 이 부분은 공정위로부터 가능하다고 확인을 받은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