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파나소닉·도시바·샤프, 탄탄한 소재·부품산업 발판
저문 해로 여겼던 일본 전자업체들이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TV 등 가전 부문에서 삼성과 LG에 글로벌 패권을 넘겨준 소니와 샤프, 파나소닉 등이 자국의 단단한 소재 및 부품산업과 신기술개발, 엔저 등을 발판 삼아 호시탐탐 반격을 노리고 있다.최근 스마트폰 등에서 글로벌 시장을 놓친 일본 전자업계는 상업용 디스플레이와 의료기기,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 자신의 기술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 분야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샤프 등은 최근 수술용 3D 초고화질 패널, 내시경 수술용 고화질 카메라·3D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머리에 쓰는 시각장치), 의료용 고해상도 태블릿 등의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진행한다. 어느 순간 한국에 덜미가 잡힌 TV 부문에서도 신기술 연구는 활발하다. 최근 일본의 TV업체들은 연이어 대학·민간연구소와 손을 잡고 있다. 최신형 TV들이 지향하는 ‘실제를 보는 듯한 느낌’을 넘어서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선보이는 것. 현재 목표는 8K(화소수 가로 7680 x 세로 4320) 화질에 22.2 채널음향이다. 8K는 현재 최고 기술로 꼽히는 울트라 고화질(UHD)TV 해상도의 4배를 자랑하는 신기술이다. 또 22.2채널은 청취자의 귀를 중심으로 위쪽에 9개, 귀 높이에 10개, 아래쪽에 5개 등 총 24개 방향에서 소리가 들리게 하는 첨단 서라운드 음향기술을 말한다.
내리막만 달리던 일본 TV 업체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엔저효과를 타고 차츰 오르는 추세다. 소니는 지난 2분기 34억엔(약 387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파나소닉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 642억엔을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66%나 늘었다.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으로 주춤하던 엔저 효과가 최근 일본 수출에 다시 힘을 실어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5월 일본의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0.1%의 증가율을 보인 뒤 6월 7.4%로 다소 주춤하는 듯하다가 7월 12.2%, 8월 14.6% 등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력부터 자본력까지 기초체력이 단단한 일본은 그리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라고 경고한다. 송 책임연구원은 “부품을 조립해 만드는 세트산업은 국내 전자업체들이 일본을 역전했다고 하나 정작 우리가 파는 제품 속 기초 부품과 소재는 여전히 일본 제품들이 많다”면서 “수십 년간 이어온 일본의 기술을 당장 따라가기는 어렵겠지만 미래를 위해서라도 바탕을 이루는 부품과 소재산업에 기업들이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2013-10-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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