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지점 이어 카자흐까지…KB 비리 조사 전방위 확대금감원 임원 카자흐 방문해 실태 조사
금융당국이 국민은행 도쿄지점에 이어 국민은행이 지분을 인수한 카자흐스탄 은행에 대해서도 부실 파악에 나선다.국민은행, 카자흐 BCC 부실 의혹 확산
금융감독원이 국민은행 도쿄지점에 이어 국민은행이 지분을 인수한 카자흐스탄 은행(BCC)에 대해서도 부실 파악에 나선 가운데 17일(현지시간) 카자흐 알마티 중심가에 있는 한국에서 파견나온 국민은행 직원들이 근무하는 BCC은행 건물이 침묵에 싸여 있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국민은행 도쿄지점에 이어 국민은행이 지분을 인수한 카자흐스탄 은행(BCC)에 대해서도 부실 파악에 나선 가운데 17일(현지시간) 카자흐 알마티 중심가에 있는 한국에서 파견나온 국민은행 직원들이 근무하는 BCC은행 건물이 침묵에 싸여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가 카자흐스탄 현지에서 부실 실태를 파악하기로 해 국민은행 도쿄지점에서 시작된 비자금 조성 의혹이 KB금융 전방위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17일 금융권과 카자흐스탄 현지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고위 임원은 내달 초에 카자흐스탄 금융당국을 방문해 국민은행이 2대 주주로 있는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의 부실에 대해 현지 금융당국과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카자흐스탄 금융당국은 최근 BCC와 신한은행 현지법인 검사 내용을 통보하면서 한국 금융당국과 협의를 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서둘러 현지 방문을 결정한 것은 최근 국민은행 도쿄 지점에서 터진 부당 대출과 비자금 조성 혐의에 이어 BCC 분식회계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밀하게 조사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BCC건은 국민은행이 지분 인수 과정에 문제가 있어 2010년 대규모 징계를 내린 적이 있다”며 “그러나 최근 추가 부실 징후가 감지되고 석연치 않은 점도 많아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가 방문해 현지 금융당국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카자흐스탄 금융당국에서 BCC 경영 현안과 관련된 검사 내용을 보내왔는데 여러 부실이 있어 경영이 정상화되지 못하니 직접 가서 보고 대책을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신한은행 현지법인은 전산망 본체가 한국에 있어 거래 내역이 한국으로 들어가는 데 대해 현지 금융당국이 한국 측 의견을 요청했다” 말했다.
그러나 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 3월 삼정KPMG의 실사결과를 외부감사인인 삼일PWC와 협의, 2분기 말에 1천200억원을 손실로 반영했다”며 회계 처리상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2008년 강정원 전 행장 시절 BCC 지분 41.9%를 9천392억원에 사들였으나 투자 실패로 4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강 전 행장은 이런 이유로 2010년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받은 데 이어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도 취소됐다.
문제는 대규모 인사 징계에도 BCC를 폐쇄하거나 근원적인 조치가 없어 추가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점이다.
최근 국민은행 내부에서도 BCC 장부가를 놓고 논란이 크게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삼정KPMG가 보고한 BCC 장부가는 1천억원 중반대인 반면 국민은행 외부감사인인 삼일PWC가 제출한 감사보고서의 BCC 장부금액은 2천800여억원이기 때문이다.
삼정KPMG의 평가대로라면 BCC 장부가는 반 토막 나는 셈이다. 대출채권 대손충당금을 과소계상했다는 의혹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도쿄지점보다 카자흐가 더 문제”라며 “BCC 손실처리를 위해 작업이 이뤄진다는 말이 많아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서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법인들은 현지 금융당국 관할이어서 한국 금융당국의 감시가 소홀하다”며 “한국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분식회계 등을 처리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도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하고 취임 후 첫 해외출장지로 BCC를 선택했지만 마땅한 방안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은 BCC 부실 규모가 크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분식회계 가능성은 부정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BCC의 부실 규모가 꽤 크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회계상 문제가 있다는 것은 처음 듣는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국민은행 도쿄지점 비자금 의혹 조사에 속도를 내고자 국장급을 현지에 보내 일본 금융청에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도쿄지점 직원들이 부당대출을 해주면서 거액의 수수료를 챙기고 이 가운데 20억원 이상이 국내로 반입됐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금감원 검사 과정에서도 추가 비자금 정황 등이 계속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액수가 100억원대를 넘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 내부에서 도쿄지점 부실을 미리 알고도 금융당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올해 초 국민은행 감사팀이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 2차례 현지 실사했지만, 징계 없이 무마하려고 해 윗선이 개입됐다는 말이 돌았다”며 “국민은행도 지난 6월부터는 대부분 도쿄지점 부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