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고 경쟁 독려해 ‘우물 안’ 금융산업 키운다

규제 풀고 경쟁 독려해 ‘우물 안’ 금융산업 키운다

입력 2013-11-27 00:00
수정 2013-11-2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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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후 금융업 부가가치 GDP의 10%·일자리 5천개 창출 목표

금융위원회가 신제윤 호(號) 출범 8개월 만에 금융산업 발전 방향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국 금융산업의 ‘제자리걸음’이 ‘쇠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하나의 배경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각종 규제를 풀고 업권 내 경쟁을 촉진해 10년 후 국내총생산(GDP)에서 금융업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행 7%에서 10%로 늘리고 양질의 금융 일자리 5천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뜬구름 잡기’식의 청사진을 제시하지는 않겠다는 게 애초 금융위의 생각이었지만 실제로는 한국 금융산업을 재도약시킬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 새로운 경쟁력 갖춰 우물안 개구리 벗어난다

금융위는 27일 발표한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통해 한국 금융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경제여건이 변하면서 금융업이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았지만, 한국 금융산업은 과거에 안주한 채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고 있어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주 지적되는 한계는 글로벌 경쟁력 부족이다.

혁신적으로 시장을 뚫기보다는 단순한 자금중개 중심의 영업행태 속에 예대마진과 수수료에 의존하면서 출혈경쟁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은행 총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72%에서 2011년 82%, 지난해 90%, 올해 상반기 91% 등으로 계속 늘어났다.

증권사 위탁매매수수료 비중도 44.2%로 일본(25.7%), 미국(21.6%) 등 이른바 ‘금융선진국’의 2배에 달한다.

보증과 담보에 의존하는 손쉬운 대출 행태도 여전하다.

다만, 금융위는 금융부문에 아직 잠재력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우선 문화·경제 발전 과정이 한국과 비슷한 아시아 신흥국과 금융부문에서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가 ‘부의 축적 단계’로 접어들면서 연기금 등 금융자산이 늘었고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실물경제와의 동반발전도 가능해졌다.

’호모 헌드레드’ 시대를 맞아 주택연금과 고령자 보험 등 새로운 금융수요도 낳고 있다.

금융위는 이런 기회를 활용해 1995년 6.1%에서 2011년 7.0%로 정체 상태에 있는 GDP대비 금융업 부가가치 비중을 2020년 10%까지 높이고 현재 25위권 밖인 금융산업 경쟁력 순위는 15위권 안쪽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국내은행의 해외수익 비중은 현재 7.6%에서 12.5% 수준으로, 중소기업의 기술금융 자금조달 비중도 5.0%에서 10.0%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과정에서 생애 자산관리와 기술금융평가 등을 담당하는 고부가가치 금융 일자리가 5천개가량 새로 생길 것으로 금융위는 내다봤다.

◇규제완화·경쟁촉진…당근과 채찍 통할까

금융위는 이를 위해 ▲경쟁과 혁신 촉진 ▲금융과 실물 융합성장 ▲국민재산 보호라는 ‘3대 미션’을 정하고 그 밑에 세부 추진과제를 만들었다.

우선 경쟁을 가로막는 각 업권의 진입·영업규제를 풀고 경쟁을 촉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은행업권에는 2016년까지 ‘계좌이동제’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계좌이동제는 고객이 은행 주거래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여기에 연결된 각종 공과금이체나 급여이체까지 함께 옮겨지는 시스템으로 유럽연합(EU)과 호주, 등이 실시하고 있다.

보험업권에서는 국내 의료관광 활성화를 지원하고 여신전문업권에서는 할부금융·리스·신기술금융 등으로 나뉜 세부업권을 통합해 기업금융 특화 업종을 만들기로 했다.

금융투자업권에서는 48개로 쪼개진 인허가 단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인 증권사에는 사모펀드 운용업 겸영 허용 등 영업인가 요건을 우대하기로 했다.

경영부진 증권사의 구조조정을 유도하고자 적기시정조치 요건은 강화한다.

코스닥 상장기업의 상장 심사 항목을 절반으로 줄이고 대형 우량기업의 상장 심사기간도 20영업일 이내로 줄이는 ‘신속상장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해외진출도 활성화한다.

금융위는 우선 신설 해외점포가 흑자를 내는 기간을 고려해 경영실태평가 유예기간을 늘리고 지주회사의 해외 자회사 지분 의무보유 비율을 완화해 자회사 설립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현재는 금지된 국내은행의 해외 금융지주회사 인수를 허용하고 국내은행 해외지점에는 현지법령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국내법에 따라 허용된 업무 외에 추가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과 협의해 기업과 은행이 함께 해외진출을 추진하는 ‘동반진출 활성화’ 전략도 시행한다.

’100세 시대’를 대비하고자 ‘종합 연금포털’을 만들어 모든 공·사 연금 가입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하고 간병 등 현물급부 보험 출시나 일부 퇴직연금 상품에 대한 별도의 예금자 보호한도 책정도 검토하기로 했다.

소비자보호를 위해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과 불합리한 금융 관행 근절도 추진한다.

◇”획기적 정책 없다…기존 정책 짜깁기” 지적도 나와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번 경쟁력 강화 방안 가운데 일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금융사의 해외진출 활성화 방안과 증권부문 M&A 활성화 방안 등 일부 대책은 인센티브가 부족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추진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자세한 M&A 촉진 방안을 만들고 있다”며 “현재는 개략적으로 설명한 것이고 어떤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지는 추가로 검토중이다”라고 설명했다.

경쟁력 강화 방안 가운데 해외점포 경영실태 평가 유예기간 연장, 가교형 주택연금 도입 등 일부는 기존에 이미 언급된 정책을 개선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최근 동양사태에 따른 규제 강화 움직임과 경쟁력 강화 방안에 담긴 규제 완화 추진이 정책의 통일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고 사무처장은 “산업 측면에서 보면 이대로 ‘현실 안주’를 한다면 오히려 쇠락할 수 있다”며 “다만 금융시장의 안정성 확보나 소비자 피해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더 치밀하게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이날 발표한 경쟁력 강화방안 가운데 우선 추진과제를 내년 상반기에 마무리할 방침이다.

다음 달에는 자본시장 역동성 제고방안과 사모펀드 개편방안, 100세 시대 신금융수요 창출방안, 기술·지식재산 금융 활성화 방안 등을 추가 발표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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