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연구원 “20~30대부터 차분하게 노후준비해 나가야”
“노후설계는 더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선택적 행위’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규범적 행위’로 변했습니다.”국민연금 연구기관인 국민연금연구원 성혜영 연금제도연구실 부연구위원이 노후설계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를 높이고자 국민연금공단이 홈페이지에 개설한 ‘국민연금 바로 알기’ 코너에서 ‘노후설계서비스는 왜 필요한가?’란 글을 통해서다.
이에 따르면 개인의 기대수명이 길지 않던 시대에 노년기는 남은 인생, 즉 여명(餘命)에 불과했다. 하지만 급속한 인구고령화로 은퇴 이후 또는 60세 정년퇴직 이후의 삶은 더는 여명이란 단어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긴 시간이 됐다.
이를테면 하루 24시간 중에서 수면과 식사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시간을 빼면 약 11시간 정도며, 이를 20년으로 계산하면 약 8만 시간이다. 이 8만 시간은 연간 2천 시간 근무하는 근로자가 40년간 일한 시간에 해당하는, 매우 긴 시간이다.
따라서 제대로 계획해서 생활하지 않으면 무의미하게 노후의 시간을 소비하는 정년난민 또는 은퇴난민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노후설계가 필요한 이유다.
노후설계란 주된 일자리에서 은퇴한 이후나 일정 연령(일반적으로 만 60세)에 도달한 이후 노년기 생활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국내 중장년층의 노후준비 실태는 형편없다.
보건복지부가 2012년 전국 만 35세 이상 64세 이하 성인남녀 3천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100점 만점 기준으로 전반적 노후준비 점수는 58.8점에 그쳤고, 특히 재무적 노후준비 점수는 47.1점에 불과했다. 이 조사에서 학력이 높고 기혼자이면서 자녀가 있고 상용 근로자일수록 노후준비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하면 노후준비를 잘할 수 있을까?
성 연구위원은 “노후설계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살아가려는 노력이라면서 나와는 무관한 일로 치부하지 말고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20~30대부터 차분하게 노후를 준비해 나가면 불확실한 미래를 풍요로운 현실로 마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먼저 은퇴 이후의 삶을 단계적으로 그려보고 자신의 노후 준비상태를 진단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연금공단의 ‘내 연금’ 사이트나 전국 행복노후설계센터 전문상담사와의 상담을 통해 소득·자산 같은 재무적 준비 정도는 물론 노후건강을 위한 생활습관 여부, 사회적 관계와 여가활동 준비수준을 진단하는 등 노후준비에 대한 인식을 확고히 해야 한다.
이어 노후 재무설계, 건강관리, 대인관계, 여가활동 등 영역에서 세부적 정보와 지식을 습득해 노후설계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고 이해력을 높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의 ‘노후설계 아카데미’ 등에서 최소 12시간 이상 은퇴교육에 참여해 공적연금제도뿐 아니라 노인 의료제도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노인 일자리사업 같은 각종 노인복지제도와 사회서비스제도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나와 가족의 건강상태, 가계 재무상황, 자녀의 자립상태 등을 꼼꼼하게 점검한 결과를 바탕으로 60세 이후 노후상황을 설정하고 배우자 등 가족과 상의해 노년전기(60대 전반)-중기(60대 후반에서 70대)-후기(80대) 등으로 시기를 나눠 대처방법을 포함한 구체적인 노후설계도를 작성한다.
예를 들어 노후소득이 부족하다면 은퇴 이후 재취업을 하거나 저축금액을 현재보다 늘리는 등의 대처방안을 마련하고, 노후설계가 적절한지, 실현 가능한지 등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좋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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