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업계 1위’ 우리투자증권 품었다

농협금융 ‘업계 1위’ 우리투자증권 품었다

입력 2013-12-25 00:00
수정 2013-12-25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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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NH농협금융지주가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우리금융은 24일 오후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이사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인수 가격, 자금조달 능력, 향후 경영계획 등 농협금융이 종합적으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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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은 우투증권 1조원, 생명 600억원, 저축은행 400억원, 자산운용 500억원 등 총 1조 1500억원대를 내겠다고 제시했다. 농협금융은 우투증권·우리아비바생명·우리금융저축은행만 가져가고, 우리자산운용은 키움증권이 새 주인이 된다. 기본 원칙은 패키지 매각이었지만 최대한 많은 금액을 받기 위해 우리자산운용만 뗀 것이다. 키움증권은 850억원을 제시했다.

파인스트리트는 농협보다 다소 많은 금액을 써냈으나 총평가에서 농협금융이 우세했다. 파인스트리트는 자금조달을 증빙할 투자확약서(LOC)를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지주는 우투증권에 대해 1조 1000억원대의 최고가를 써냈으나, 생명·저축은행에 대해 마이너스 가격을 책정해 전체 가격을 1조원 정도로 써냈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난 20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었으나 매각 방식을 결정하지 못하고 미뤄졌다. 패키지 거래와 최고가 매각 원칙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도 또다시 연기될 가능성이 거론됐다. 오후 2시에 시작된 이사회는 5시간이 넘도록 지루한 공방이 벌어졌다. 우리금융 일부 사외이사들은 패키지 거래를 유지해 더 낮은 가격으로 팔 경우 배임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 사외이사는 “KB금융이 우투증권만 1조 1000억원에 사겠다고 했는데, 그보다 낮은 가격에 팔면 배임에 해당되는 것 아니냐”고 반발했다.

이날 결과는 정부의 입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처음부터 패키지 매각을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원칙을 깰 경우 공정성과 신뢰성 등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차후 협상을 벌일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 지방은행이나 본체인 우리은행 매각 과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전날인 23일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서민금융의 날 행사에서 “정부는 ‘일괄 매각’이 맞다고 보고 있으며 결정은 (우리금융) 이사회에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정부에서 패키지 거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강력한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농협금융이 우투증권을 인수하면서 증권업계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 자기자본 4조 3289억원, 총자산 36조 1887억원으로 업계 1위로 등극한다. 농협금융은 이번에 확보할 수 있는 우투증권 지분 37.9% 외에 추가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나설 예정이다. 그룹 포트폴리오 균형을 맞추기 위해 지분율을 50%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를 봤을 때 농협금융은 선 분리 운용, 후 통합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굿모닝증권(신한금융), LG투자증권(우리금융), 대한투자증권(하나금융)도 마찬가지 전철을 밟았다.

아울러 이번에 실패한 KB금융과 파인스트리트 등은 동양증권, 현대증권, KDB대우증권 인수·합병(M&A)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3-12-2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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