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의료파업…새해 복지 과제 ‘산더미’

기초연금·의료파업…새해 복지 과제 ‘산더미’

입력 2014-01-01 00:00
수정 2014-01-0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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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비급여·건강보험료 개편, 무상보육 재원·담배 등도 논란 예상

갑오년 새해가 밝았지만 우리 사회의 주요 복지·보건·의료 정책은 여전히 짙은 안개 속에 갇혀있다.

정부의 기초연금법안은 아직 국회에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았고, 의료계는 원격진료와 영리병원 저지를 명분으로 연초부터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더구나 곧 정부가 내놓을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 대책에 비급여 축소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약속되지 않으면, 의료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밖에 건강보험료 체계 개편, 담배세 인상, 담배회사 상대 손해배상 소송, 무상보육 재정난 등도 올 한해 보건·복지 분야의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 기초연금법안 2월에나 국회 논의…7월 시행 불투명

정부는 지난해 9월 25일 고심 끝에 ‘65세이상 노인 하위 70%에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10만~2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기초연금안을 발표했다.

이후 “모든 노인에 정액 20만원을 약속한 공약 파기”,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긴 젊은 세대들이 ‘역차별’ 받는다”는 지적과 논란이 이어졌지만, 일단 정부는 입법예고를 거쳐 11월 25일 기초연금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극명한 여야간 입장 차이 때문에 결국 연말 국회에서 상임위(보건복지위) 안건으로 상정조차되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심지어 민주당은 지난해말 정부안과 달리 ‘소득하위 70% 노인 모두에게 20만원씩 지급’하는 내용의 내년도 기초연금 예산안까지 따로 내놓았다. 비록 상임위 예산결산심사 소위에서 정부 기초연금법안에 근거한 올해 기초연금 예산안(5조2천억원)이 과반으로 의결되긴 했지만, 기초연금법안 처리에는 더 큰 진통이 예상된다.

상임위는 2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먼저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더 수렴한 뒤 논의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초연금 법령 준비 작업에 적어도 6개월 정도 걸리는데, 만약 2월에도 기초연금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사실상 당초 예정했던 7월 시행은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내년 10월로 예정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맞춤형 개별급여’ 전환도 일정이 불투명하다. 관련 개정법안이 역시 해를 넘겨 2월에나 국회에서 다뤄지기 때문이다.

◇ 의협, 11일 파업 시기 등 결정…3대 비급여 대책이 기름 부을 수도

보건·의료 쪽에서는 원격의료·영리병원을 둘러싼 공방이 한창이다. 정부는 지난해말 정보통신(IT)기기를 통해 멀리 떨어진 환자를 진료하는 원격의료 도입을 입법예고했고, 의료법인이 자회사를 설립해 이익을 꾀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일련의 정부 움직임에 대해 의료계와 일부 시민단체들은 “영리병원과 의료 민영화로 가는 전 단계로, 결국 건강보험 제도가 붕괴되고 중소병원들은 고사할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의료계는 파업 등 실력 행사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11일 출정식을 열고 총파업 시기와 절차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최원영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최근 연일 “원격의료는 특수지역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고, 영리병원은 허용할 뜻이 전혀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설득이 쉽지 않은 분위기이다.

더구나 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 주요 공약인 ‘의료비 부담 완화’ 차원에서 3대 비급여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데, 대부분 의사·병원 입장에서는 이로울 것이 없는 변화라 갈등이 오히려 증폭될 가능성까지 있다.

정부와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은 선택진료제의 완전 폐지 또는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상급병실료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의 일반병실 비율 하한선을 현행 50%에서 75%로 올리거나, 현재 보통 5~6인실인 일반병실 기준을 종합병원·병원은 4인실, 상급종합병원은 2∼3인실 등으로 높이는 방안들이 거론되고 있다.

◇ 건강보험료 조정·무상보육 재원·담배세 인상 등 시한폭탄 수두룩

새해 벽두부터 정치·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를만한 다른 보건·복지 이슈들도 많다.

우선 정부는 현재 직장인과 자영업자에게 다르게 적용되는 건강보험료 부과기준을 합리적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연초에 내놓을 예정이다. 대안의 큰 줄기는 ‘모든 소득 기준의 보험료 부과 체계 단일화’로 예상되지만, 재산 기준을 완전히 배제할 지, 자영업자 등의 소득 파악률이 충분한 수준인지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담배세 인상과 담배회사 상대 소송 실현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의 인사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청소년 흡연 억제와 물가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적정 범위 안에서 (담배세를) 인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세수 확보 차원에서도 정부와 여당은 계속 담배세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다만 인상에 따른 서민 물가 충격 등이 부담으로 남아 있다.

건강보험공단의 첫 대규모 ‘담배 소송’ 실현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김종대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신년사에서까지 “국민이 보험료를 통해 담배로 인한 진료비 1조7천억원을 해마다 부담하는데, 정작 담배로 한 해 수 천억원씩 수익을 얻는 담배회사는 아무런 부담을 지지 않고 있다”며 “새해 담배 소송과 흡연피해보전법 입법을 통해 건강보험의 윤리·도덕적 기준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무상보육 재원과 관련, 지난해처럼 다시 충돌할 수도 있다. 진통 끝에 이날 새벽 타결된 올해 예산안에서 정부의 지자체에 대한 보육관련 국고 보조율이 작년보다 15%p씩(서울 25~45%, 지방 55~75%) 높아졌지만, 당초 서울시 등이 요청한 20%p 이상의 인상 폭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작년의 경우 서울시가 9월 지방채 발행을 통해 2천억원을 더 구하겠다고 나서면서 가까스로 ‘무상보육 대란’ 위기를 넘긴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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