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 항목 개인정보 유출…全국민 불안감 확산

19개 항목 개인정보 유출…全국민 불안감 확산

입력 2014-01-19 00:00
수정 2014-01-1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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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별 최대 19개 신상 항목 유출돼…신분 복제까지 가능할 정도

최근 외국계 은행, 카드사, 저축은행, 캐피탈사에 이어 시중은행에서도 대규모 고객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은 그동안 금융권 중에서는 정보 유출에 가장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더욱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카드사는 17일 오후 개인정보 유출 조회 서비스를 개시했으나 준비 미흡으로 고객의 불만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고객정보 유출, 전 금융권으로 확대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 농협카드에서 1억400만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되는 과정에서 국민은행 뿐 아니라 다른 시중은행 고객 정보도 대량으로 빠져나간 사실이 확인됐다.

농협카드와 연계된 농협은행, 롯데카드 결제은행까지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사실상 국내 모든 은행의 고객 정보가 노출된 셈이다.

지난 17일 국민카드와 롯데카드가 정보 유출 본인 확인서비스를 개시했는데 자신이 이용하는 은행의 개인 정보가 모두 유출됐다고 항의하는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앞서 한국씨티은행은 대출 담당 직원이 회사 전산망에 저장된 대출 채무자 3만4천명의 정보를 A4 용지에 출력해 대출 모집인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SC은행은 전산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맡은 외주업체 직원이 은행 전산망에 저장된 고객 10만여명의 정보를 대출 모집인에게 전달했다가 적발됐다.

국민카드·농협카드·롯데카드 등 카드 3사에서 1억명 이상이라는 사상 최대의 고객 정보가 빠져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카드에서도 한 직원이 고객 정보를 임의로 조회하고 이 중 일부(300건)를 외부로 유출한 사실이 드러났고, 하나SK카드에서는 5만1천723건의 정보가 외부에 넘겨진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메리츠화재에서 16만여건의 고객 신용정보가 보험대리점으로 빠져 나갔고, 한화손해보험에서도 15만7천여건의 정보가 유출됐다.

캐피탈사로는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에서 2011년 175만명의 고객 정보가, IBK캐피탈에서도 고객 정보 5천800여건이 각각 유출되기도 했다.

JB우리캐피탈은 개인신용정보 부당 조회 사실이 적발됐고, 지난해 3월에는 저축은행 등을 해킹해 1억건에 달하는 개인정보를 빼낸 남성이 구속되기도 했다.

◇”내 개인정보 어디까지 유출…” 불안감 확산

고객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카드사들이 17일부터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유출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유출된 정보가 이름·이메일·주소·전화번호·연소득·신용등급 등 10여 가지가 넘는데다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대 19개 항목의 개인 신상 정보까지 털린 고객도 있다.

농협카드의 경우 성명, 전화번호, 카드번호, 카드 유효기간까지 유출된 것으로 밝혀져 외부 업자에게 넘어갔을 경우 심각한 금융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일부 고객은 카드번호는 물론, 여권번호까지 유출되기도 했다. 카드 가입시 마일리지를 적립하려고 항공사 마일리지와 연계했는데 이번에 유출되면서 같이 정보가 새어 나간 것이다.

한 카드 소지자는 “각종 정보에다 집 주소까지 털렸다고 하니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든다”며 “정말 심각한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카드는 안 쓰고 국민은행 계좌만 보유하고 있던 한 고객은 은행계좌를 만들 때 기입하는 정보가 유출됐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다른 피해자는 10년 전 카드를 해지했는데 이번에 정보가 유출돼 카드사에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유출된 정보 내역에 카드 비밀번호가 유출됐다는 피해자는 아직 없지만 카드 비밀번호가 유출됐을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다른 피해자는 “이 정도의 정보가 새어 나갔다면 비밀번호가 유출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았다는 검찰이나 카드사의 발표를 믿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한 피해자는 “검찰이 원본을 확보했다고 하는데, 개인정보 유출자들이 원본 하나만 갖고 있을 리 없다”며 외부 유출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외부 유출이 안됐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스팸 전화나 문자, 이메일이 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카드사 고객 정보 유출 피해자에는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등 사회 지도층 인사와 연예인까지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 대처 불신 키워

카드사가 17일부터 개시한 개인정보 본인 확인 조회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도 불신을 키우고 있다.

농협카드 소지자는 “신상정보를 입력하고 조회를 했는데 처음에는 털린 내용이 나왔고 다시 한 번 조회를 했더니 제대로 안돼 한 번 더 시도를 했더니 다른 사람의 정보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처음에 조회했을 때와 나중에 다시 조회했을 때의 결과가 다르기도 했다.

다른 피해자는 “처음에는 정보가 대거 나간 것처럼 나왔는데 나중에 다시 해보니 유출이 안됐다고 했다”며 “무엇이 맞는지 믿음이 안간다”고 했다.

카드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유출된 카드사에 대한 해지 조짐도 있다.

한 피해자는 “막상 유출된 내용을 보니 불안해서 안되겠다”며 “당장 해지하고, 다른 카드로 갈아타야겠다”고 했고, 다른 카드 소지자는 “앞으로 개인정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현금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개인정보를 삭제하고 싶어도 모든 정보를 없애기 어렵다.

카드사 계열사간에는 개인정보가 공유돼 있어 카드사에만 정보를 삭제한다고 해도 다른 계열사에는 그대로 정보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 롯데카드 소지자는 “롯데계열사는 정보공유 동의가 돼 있기 때문에 롯데마트· 롯데월드·던킨도넛 뿐만 아니라 잘 모르는 자회사까지 찾아서 개인정보를 다 삭제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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