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UN총장도 가능”…공무원 신분 노출 문제도
사상 최악의 카드사 정보 유출 사태로 비밀이 보장돼야 하는 신분의 무차별적 노출이 우려된다.경우에 따라서는 박근혜 대통령이나 반기문 UN 사무총장 등 최고위층을 사칭하는 일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 정보 유출 카드사의 관계자는 21일 “사실상 전 국민의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빠져나간 만큼 박 대통령이나 반 총장 등의 정보도 유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1억400만건에 이르는 국민카드·롯데카드·농협카드의 고객에다 카드 결제계좌가 만들어진 은행의 고객까지 고려하면 국민 모두의 정보가 털렸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유출된 정보만으로는 어떤 조합을 꾸며도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 같은 금융사기 외에 직접 금전적인 피해를 주기는 어렵다.
아울러 유출된 정보가 추가로 유통되지 않아 2차 피해의 우려는 크지 않다는 게 검찰과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유출된 정보의 추가 유통이 없다고는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든 금융당국이든 추정만 할 뿐, 추가 유통이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며 “일말의 개연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정보를 다른 방식으로 악용하면 대통령, 장·차관, 법관 등을 사칭하는 방식으로 또 다른 2차 피해가 유발될 수 있다.
더욱이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을 비롯해 정보기관, 군인, 공무원의 개인정보는 이들의 권한을 이용한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정부가 도입한 전자공무원증이 은행 계좌와 연계된 탓에 국민은행 등의 정보 유출이 공무원 정보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김종구 한국개인정보보호협의회 상근부회장은 “카드번호, 유효기간, 성명, 휴대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를 조합하면 가능한 범죄는 너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사칭을 통한 경제적 부당이득이 우려된다”며 “유명인 사칭도 문제지만, 평범한 이들을 사칭하는 범죄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을 가정해 지나친 공포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 교수는 “2차 피해는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가 가능하지만, 단순히 가능성만 갖고 얘기하면 오해와 혼란의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도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아무리 ‘간 큰’ 사람도 대통령이나 UN 사무총장을 사칭하긴 어렵다”며 “유명인 사칭은 필터링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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