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희망 수량 경쟁입찰 검토
정부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의 핵심인 우리은행에 대해 일괄 매각이 아닌 지분 분산 매각 방식을 통해 추진하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다.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우리은행 지분 매각 방안으로 ‘희망 수량 경쟁입찰’ 매각 방식을 제시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달 초까지 우리은행 지분 33% 이상을 지배주주에 파는 방식을 추진했으나 인수자를 찾기 어렵고 특혜 시비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방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지분을 33% 인수하려면 3조∼4조원대, 정부 지분(57%) 전량 인수에는 6조∼7조원이 필요하다.
희망 수량 경쟁입찰 매각 방식은 정부가 정한 희망 가격과 매각 지분에 맞는 가격, 수량을 써낸 입찰자에게 골고루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지분 인수자를 찾기가 비교적 쉽다. 희망 수량 경쟁입찰은 과거 여러 차례의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민영화의 3대 원칙(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 가운데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우리금융 민영화 3대 원칙은 기본적으로 상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이날 주최한 ‘바람직한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은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민영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어떤 조건이 희생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희망 수량 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매각에 성공하면 우리은행은 5~10% 규모의 지분을 소유한 여러 과점주주가 존재하는 소유구조를 갖게 된다. 토론회에서 발표한 김우진 금융연구원 금융산업연구실장은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가장 큰 실패 요인으로 지적됐던 것은 유효경쟁 부족”이라면서 “투자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 희망 수량 경쟁입찰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때 세 번 무산된 우리은행 민영화 가운데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유효경쟁 요건 미달이 이유였다.
금융권에서는 매각 방식 변경 이후 우리은행 인수전에 국민연금과 국내 대형은행, 대형 사모펀드(PEF) 등이 참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이미 두 차례 우리은행 민영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새마을금고와 KB금융은 어떤 방식으로든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새마을금고는 경영권을 한 번에 다 인수하지 못하더라도 은행 경영에 참여해 영역을 넓히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최근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 실패한 KB금융 역시 자금 여력이 있다는 이유로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2014-03-27 1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