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불안> 당국, 2차 방어선 구축하나

<환율불안> 당국, 2차 방어선 구축하나

입력 2014-06-12 00:00
수정 2014-06-1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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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원 붕괴후 미세조정으로 1,010원선 지지 예상마지노선 1,000원 근접시 적극 개입 가능성

원·달러 환율이 1,020원 선을 지키지 못한데 이어 지난 11일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외환당국의 대응에 시장의 시선이 다시 쏠리고 있다.

외환당국은 특정한 환율 수준에 큰 의미를 두기보다는 환율의 급격한 변화와 환투기 세력의 개입을 막겠다는 원칙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볼 수 있는 1,000원 선에 근접하면 당국이 적극적인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속도 조절 통한 계단식 하락 유도

외환당국은 원·달러 환율이 1,020원 선 붕괴를 위협받던 지난달 14일 대규모 개입을 단행, 1,020원 후반대를 지켜냈다.

당시 당국의 개입 규모는 10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됐고 시장은 당국이 1,020원 선을 1차 저지선으로 삼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후 당국은 미세 조정을 통해 투기 세력 등 시장 참여자들과 공방을 벌이며 한 달 가까이 1,020원 선을 지켜냈고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완화 조치가 나오자 1,020원 선 붕괴를 용인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 관계자들은 당국이 앞으로도 이런 대응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국이 1,010원 선을 2차 방어선으로 구축하고 불가피한 변동 요인이 없는 한 이 수준을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는 의미다.

복수의 외환당국 관계자는 12일 “특정 레벨(수준)의 환율보다 속도와 투기 세력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대응 기조가 바뀌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이 1,010원 선의 환율에 적응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끌어 주겠다는 전략을 고수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당국의 의지에 따라 특정한 수준의 환율이 일정 기간 유지됐다가 변화하는 식의 계단식 하락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리한 개입하지 않을 듯

당국이 환율이 일정 수준으로 급락할 때까지는 원화 강세 속도를 급격하게 떨어뜨리거나 환율 방향 자체를 바꾸는 무리한 개입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원화 강세를 막기 위한 ‘실탄’(자금)은 충분하다. 16조원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기금이 있고 한국은행의 발권력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상수지 흑자, 외국자금 유입 등 구조적 요인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원화 강세를 막는데 실탄을 무리하게 사용하면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다.

또 미국의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종료되면 금리 인상 논의가 시작돼 달러 강세가 나타날 수 있다.

경상수지 흑자 상황에서 무리한 개입을 하면 미국 등의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

외국계 은행의 한 관계자는 “당국이 공기업 외화 차입 등의 조치나 제도 변경 같은 수단보다는 미세 조정으로 환율 속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세자릿수 환율 용인할까

관심은 원·달러 환율이 마지노선으로 볼 수 있는 1,000원 선에 근접해 세자릿수가 될 가능성이 커져도 당국이 현재처럼 미세 조정을 계속할 지다.

외환당국은 이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

다수의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환율이 세자릿수가 되면 중소 수출 기업은 물론 대기업들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환율이 1,000원 선에 근접하면 당국이 이전과 다른 수준의 개입을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원·달러 환율 1,000원 선 방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원장은 “원·달러 환율 마지노선을 1,000원으로 잡고 이를 지키는 게 한국 경제에 좋다”고 말했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심리적 측면에서는 그렇지 않겠지만 1,000원 선 붕괴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면서 “외환당국이 추세적 환율 하락을 막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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