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채권단, 대형 기업들 부실 감시 강화

당국·채권단, 대형 기업들 부실 감시 강화

입력 2014-06-26 00:00
수정 2014-06-26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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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제철 경영권, 채권단으로 넘어갈듯

최근 동부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커지자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관리대상 계열을 선정하는 등 기업들에 대한 감시 강화에 나섰다.

채권단은 동부제철에 대한 출자 전환을 통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경영권을 접수하는 등 올해 하반기에는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대기업 구조조정이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과 협의를 거쳐 최근 A그룹과 B그룹을 관리대상계열로 선정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새로 신설된 관리대상계열에 회사채 등의 발행 비중이 높은 두 그룹이 들어왔다”면서 “재무제표상으로 볼 때 문제는 없지만 이들 그룹에 대한 상시 감시가 강화돼 금융시장 안정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관리대상계열은 지난해 동양그룹이 은행 대출 대신 회사채와 기업어음 발행으로 부실을 숨기면서 재무구조 평가 시에는 정상 판정을 받았다가 곧바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부실 우려 기업에 대한 허점이 노출되자 새로 만들어진 제도다.

A그룹과 B그룹은 동양그룹처럼 부실 징후가 보이지는 않지만 갑자기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 금융당국이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대상은 아니지만 그 대상이 될 우려가 큰 관리대상계열로 집어넣은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 그룹은 신규 투자나 사업, 해외 투자 시 주채권은행과 사전 협의를 해야 한다. 주채권은행의 정보수집 강화를 위해 정보제공 약정을 맺고 중요한 영업활동은 사전에 주채권은행과 협의해야 한다.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간 동부제철은 조만간 출자 전환을 거쳐 경영권이 김준기 회장에서 채권단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동부제철은 지난 24일 포스코가 동부제철 인천공장 및 동부당진발전 패키지 인수 포기를 선언한데다 내달 7일 7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 도래 등이 겹치면서 채권단 공동 관리에 들어갔다.

채권단 관계자는 “동부제철이 자율협약을 하게 되면 실사를 하게 되면서 결국 출자 전환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럴 경우 경영권은 채권단에 넘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주채무계열 대기업 소속 업체 가운데 자율협약에 들어간 곳은 STX조선해양, ㈜STX, STX중공업, 성동조선 등이다. 포스텍은 워크아웃, STX팬오션은 법정관리로 갔다.

동부그룹도 김준기 회장이 지분 매각을 포함한 구조 조정을 지연하면 STX 사례처럼 대부분의 제조업 계열사가 자율 협약 또는 워크아웃 절차를 밟을 것으로 채권단은 우려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내에 동부그룹 문제를 마무리 지으려던 금융당국은 하반기에 구조조정에 더욱 속도를 내서 금융시장 안정을 도모할 방침이다.

이미 구조조정을 충실히 이행 중인 현대그룹에 대한 독려와 함께 동부그룹의 핵심 자산 및 오너 일가 지분 매각을 채권단과 함께 전방위로 압박할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올해 42개 주채무계열 중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현대그룹, 대성, 대우건설, 동국제강, 한라, 한진중공업, 현대산업개발, SPP조선, STX, 한진, 동부, 금호아시아나 등 14개 기업을 재무구조개선약정 대상으로 지난 5월 선정했다.

동부를 제외한 나머지 대상 기업과는 약정을 맺었다.

재무구조개선약정은 주채무계열 중 재무구조 취약 우려 그룹을 선정한 뒤 주채권은행과 약정을 체결해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동부그룹 등 기업 구조 조정은 마지노선 없이 하루빨리 이행하도록 독려할 방침”이라면서 “채권단도 기업을 살리면서 채권 회수를 바라고 있어 동부그룹은 실기하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금융당국의 강경한 입장을 반영해 은행들도 하반기부터는 여신 관리를 더욱 세밀하게 할 계획이다. 주채권은행으로서 여신을 제공한 기업에 대해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면 책임을 묻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STX그룹 지원으로 1조4천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대기업 부실이 은행들의 경영 건전성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는 전반적으로 은행들이 여신 관리를 타이트하게 할 것”이라면서 “세월호 참사 영향뿐 아니라 경기 자체가 안 좋으니까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연체가 발생하는 곳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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