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책·금리 인하, 성장률 0.2%포인트 높일 것”
한국금융연구원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1%에서 3.9%로 0.2%포인트 낮췄다.지난 5월 경제전망 때 금리 동결론을 주장했던 금융연은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도록 기준금리를 내리고 금융중개지원대출을 완화해야 한다는 쪽으로 돌아섰다.
금융연은 정부가 내놓은 41조원 규모 경기부양책이 성장률을 0.15%포인트 끌어올리고, 기준금리 인하·주택시장 정상화 대책이 0.05%포인트를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금융연은 6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수정 경제전망을 밝혔다.
박성욱 금융연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세월호 사고 여파로 상반기 경제 성장이 부진했으나, 하반기에는 새 경제팀의 확장적 거시경제 정책, 선진국 경기 회복 등에 힘입어 부진을 일부 만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정책 효과를 제외한 성장률 전망치는 3.7% 수준으로, 회복 속도가 애초 예상보다 더딘 편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성장률이 기대치에 못 미친 이유로는 미국의 1분기 마이너스 성장과 중국 경기 부진으로 수출이 완만하게 회복되고, 경제심리 위축으로 내수 회복 속도가 둔화한 점을 꼽았다.
금융연은 미국 등 선진국으로의 수출이 회복되고 정책 효과로 내수가 개선되면 하반기 성장률이 4.0%(전년 동기 대비)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상반기 성장률은 3.7%였다.
금융연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기획재정부(3.7%)와 한국은행(3.8%)보다 높은 수준이다. 정부의 경기부양책 발표 이전에 수정 전망치를 내놓은 현대경제연구원(3.6%), 한국경제연구원(3.4%)보다도 높다.
박성욱 실장은 “전망치를 3.9%로 제시했지만 하방 위험이 크다”면서 “경제심리 위축도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어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을 추가 완화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하반기 경기가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박 실장은 평가했다.
금융연은 올해 민간소비가 증가 폭이 1.9%로 작년의 2.0%에 못 미칠 것으로 봤다. 전세가격 상승,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 인구구조 변화, 소득분배 악화 등이 소비를 구조적으로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설비투자와 총수출은 각각 6.4%, 5.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총수입 증가율 전망치는 3.5%다. 건설투자는 1.8% 늘어 작년(6.7%)보다 증가율이 낮아질 것으로 봤다.
소비자물가는 연간 1.6% 올라,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범위(2.5∼3.5%)에 못 미치는 낮은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원자재·농산물 가격이 안정된 데다 원화가치 상승과 내수 부진으로 물가 하방 압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경상수지는 작년(799억달러)보다 75억달러 증가한 874억달러를 기록, 대규모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원·달러 환율 평균은 1,040원으로 작년보다 5.3% 절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재정정책에 대해서는 경제 심리를 개선하는 데는 기여하겠지만 정책 효과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직접적인 재정지출보다 자금지원 위주로 정책이 구성됐기 때문이다.
박 실장은 “정부가 자금 지원을 확대하더라도 가계와 기업이 자금 이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의도한 효과를 충분히 거두지 못할 수 있다”면서 “경기 확장으로 자금 수요가 많아지면 기업·가계부채가 확대될 수 있으므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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