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부터 주민세까지…서민 우회증세 논란

담뱃값부터 주민세까지…서민 우회증세 논란

입력 2014-09-12 00:00
수정 2014-09-1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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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담뱃값을 2천원 이상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주민세도 올리겠다고 밝히면서 우회 증세 논란이 일고 있다.

담뱃값은 국민 건강 증진 차원에서, 지방세는 가격 현실화를 명분으로 내걸고 있지만 세수 부족에 직면한 정부가 우회적으로 증세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담배 관련 세금이나 주민세·자동차세는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일정액을 일괄적으로 내는 세금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서민보다는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 담뱃값 이어 주민세·자동차세도 인상

정부는 1만원 이내에서 결정됐던 주민세를 1만원 이상 2만원 이내로 하되 2015년에는 하한선을 7천원, 2016년에는 1만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지자체별로 다른 주민세가 현재 평균 4천600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내년부터 배 가까이 오르는 것이다.

자동차세도 올해를 기준으로 내년에는 50%, 2016년에는 75%, 2017년에 100%를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번 방안은 정부가 담뱃값 인상에 나선지 하루 만에 나왔다.

정부는 내년 1월1일을 기해 담뱃세(기금 포함)를 지금보다 2천원 올려 현재 2천500원인 담뱃값(담뱃세 포함)을 4천5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담배 1갑(2천500원짜리 기준)의 가격은 유통 마진과 제조원가의 비중이 38%(950원)이고 나머지 62%(1천550원)는 세금과 부담금으로 구성돼 있다.

세금과 부담금은 담배소비세(641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354원), 지방교육세(321원), 부가가치세(234원) 등이다.

정부는 담배소비세를 1천7원으로, 지방교육세를 443원으로, 건강증진부담금을 841원으로, 부가세를 433원으로 설정, 4천500원으로 각각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 세수 부족에 지자체는 복지 재원 부족 몸살

담뱃값과 주민세 인상 결정이 사실상 증세라는 의견이 나오는 것은 정부가 초유의 세수 부족 상황에서 대대적인 재정 확대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6월까지의 누계 국세수입은 98조4천억원이며 세수 진도율은 45.5%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국세수입 자체는 1조2천억원 늘었지만, 세수 진도율은 오히려 2.7%포인트 낮다.

이에 따라 경기 부진 등으로 세금이 잘 걷히지 않아 8조5천억원에 이르는 ‘세수 펑크’가 났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는 내년에 대대적인 확장 예산을 편성 중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 총지출 증가율을 5.7% 규모로 정했다. 이는 올해보다 20조원 늘어나는 규모로 지난해 총지출 증가율(4.0%)과 정부의 중기재정운용계획(2013~2017년)에서 제시된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3.5%)을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확장적 예산의 여파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1%까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기초노령연금과 영유아 무상보육, 기초생활보장제도 확대 등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인 어려움도 가중되는 추세다.

주요 복지 제도 시행에 따른 지방비 부담은 2008년 8천억원에서 올해 6조3천900원으로 8배 가까이 늘었다. 7년간 지방비 부담을 합하면 30조8천200억원에 달한다.

기자체는 기초연금 확대분 전액을 국비로 지원하고 무상보육 국고보조율을 35%에서 40%로 인상하는 등 대책을 정부에 요구한 바 있다.

◇ “서민 증세” VS “국민 건강·가격 현실화”

정부의 이번 조치는 사실상 증세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는 없다’는 방침을 수차례 천명했지만 결국 증세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담뱃값 인상 과정을 보면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 건강증진부담금 등 세금이 늘었고 국세인 개별소비세도 추가됐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2조8천억원 상당의 증세를 단행한 셈이다. 이중 개별소비세는 1조7천600어원, 부가가치세는 1천800억원으로 1천9천400억원 상당의 국세 수입이 발생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세수 부족을 메우려는 꼼수”라면서 “담뱃세 인상 계획을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참여연대 등도 성명과 논평 등을 통해 정부 방안을 잇따라 비판했다.

경실련은 “담뱃값 인상은 서민층에게 세 부담을 증가시키는 서민증세”라며 “부족한 세수를 채우고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과 부자 증세 없이는 담뱃값 인상이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도 “담배는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더 많이 소비하는 품목”이라면서 “복지재원 확충을 위한 증세가 진지하게 검토되어야 할 시점이지만 이런 식의 증세는 결코 반갑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40%대를 웃도는 세계 최고 수준의 흡연율을 끌어내리고자 담뱃값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늘어나는 2조8천억원 상당의 세금은 안전 예산으로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지방세와 자동차세는 20년간 동결된 것을 현실화하는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확보된 재원은 복지나 안전 등 시급한 재정 수요로 우선 충당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담뱃값·주민세 인상이 증세가 아니냐는 질문에 “증세가 아니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 실장은 다만 “증세 목적으로 담배 가격을 인상했다는 데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금연 정책의 하나로 담배 가격을 올린 것이고 담배 가격을 올리려다 보니 담배 가격을 구성하는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면서 “본격적인 증세는 소득세 측면에서 면세되는 부분이나 공제 영역을 건드려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쉬운 영역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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