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장 “조직위해 대량징계…노조, 한때 임원인사까지 개입”

외환은행장 “조직위해 대량징계…노조, 한때 임원인사까지 개입”

입력 2014-09-14 00:00
수정 2014-09-1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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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과의 조기통합 추진으로 노동조합과 갈등을 겪는 김한조 외환은행장은 1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노조도 이제 정신을 차려야 한다”며 대규모 직원 징계를 계기로 “론스타 시절 망가진 조직 문화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행장은 “론스타 시절에 노조가 임원 인사에까지 개입하는 등 권력화됐다”고 지적했다.

외환은행은 지난 3일 노조가 소집했다가 무산된 조합원 총회와 관련, 총회에 참석하려고 근무지를 이탈한 직원 898명에 대한 징계를 심의하기 위해 오는 18일부터 24일까지 닷새간 인사위원회를 연다.

김 행장은 “모두 내 후배들이고, 속이 쓰리다”면서도 “조직 기강을 세우고 많은 직원을 통솔하려면 아픔을 참아야 한다”며 대규모 징계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직원 징계를 추진하는데.

▲ 898명에 대한 징계를 심의하려고 서면으로 소명을 받고 있다. 앞서 노동조합의 불법 조합원 총회가 시도된 지난 3일에는 29명을 대기발령 냈다. 정말 속이 쓰리다. 모두 내 후배들이다. 그러나 속이 쓰리더라도 조직 기강을 세우고 많은 직원을 통솔하려면 아픔을 참아야 한다.

--징계 사유가 뭔가.

▲ 법무법인 자문 결과 3일 조합원 총회는 불법 쟁의행위였다. 직원들에게 ‘불법 총회이니 참석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경고를 여러 차례 했다. 인사부장 이름으로 공문이 나갔고, 인사담당 임원이 사내 방송도 했다. 마지막에는 내가 대(對) 직원 메시지도 보냈다. 그럼에도 전체 직원의 10%에 달하는 인원이 근무지를 무단 이탈했다. 정상적인 조직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것을 가만히 덮고 넘어가면 조직의 기강이 안 선다.

--분위기에 휩쓸린 이들도 많을텐데.

▲ 그럴 것이다. 인사위원회를 열어 경중을 가릴 것이다. 벌써 ‘반성문’이 많이 들어왔다. 자신의 판단 착오를 후회하거나, 주위 눈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가했다는 직원이 많다. 심지어 대구 지역의 한 지점장은 징계 대상이 된 부하 직원을 구명하려고 직접 올라와 내 앞에서 무릎을 꿇기도 했다. 그런 모습에 나도 안타까웠다. 더구나 추석을 앞두고 고향 가는 걸음이 무거웠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마음과 별개로, 은행장은 조직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

--대량 징계의 다른 배경은 없나.

▲ 지난 7월 하나은행과의 조기통합 추진을 선언하자 노조 게시판 등에서 ‘선배가 이럴 줄 몰랐다’거나 ‘다시는 안 보겠다’는 식으로 욕을 많이 먹었다. 위장병도 얻어 매일 약을 먹는다. 부인은 ‘뭐하러 욕먹으면서 은행 다니느냐’며 그만두라고도 했다. 솔직히 내가 뭘 더 하겠다고 이러겠나. 은행장까지 했으면 돈도 벌만큼 벌었고, 명예도 누렸다. 개인의 영달을 위한다면 이미 그만뒀다. 그러나 조기통합을 이뤄야 외환은행 직원들의 이득이 된다는 확고한 판단이 섰다. 여기서 내가 그만두면 조직은 더 망가진다.

--노조와 협상에 진전은 없나.

▲ 지금껏 노조에 계속 대화를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이번 불법 총회 소집과 대규모 징계로 노조도 압박을 받을 것이다. 대다수 직원은 노조가 하루속히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대구·경북, 부산·울산, 부산·경남, 호남 등 지방 본부에선 노조 지회장·분회장들이 성명을 내 노조를 비판하고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노조도 이제 정신을 차려야 한다. 론스타 시절에는 경영진이 돈을 빼먹는 데 혈안이 돼 노조가 떼를 쓰면 다 받아줬고, 노조는 임원 인사에까지 개입하는 등 권력화했다. 나는 다르다. 차제에 론스타 시절 망가진 조직 문화를 뜯어고쳐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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