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제 일자리 활성화 정책의 역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초 집권 당시 과거 정부와 달리 성장률 등 거시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고용률 70% 등 일자리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일자리가 곧 복지’라는 관점에서였다. 이를 위해 정부가 꺼내 든 카드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였다. 하지만 최근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정부 기대만큼 늘지 않는데다 ‘아르바이트 천국을 양산한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전문가들은 고용률 70% 목표 달성에 연연하지 말고 시간제 대신 정규직 확충에 힘쓰고,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한 경제민주화 정책을 복원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정부가 15일 내놓은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후속·보완 대책’은 지난해 6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고용률 70% 로드맵의 일환이다. 당시 정부는 차별 없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통해 고용률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성과는 미미하다. 올 3월 기준 시간제 근로자는 192만명으로 지난해 3월(176만명)보다 16만명(9.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최근 고용 상황도 안 좋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9월 취업자는 1년 전보다 45만 1000명(1.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 폭이 3개월 만에 40만명대로 내려앉은 것이다. 올 1월부터 9월까지 고용률(15~64세) 평균은 65.2%다. 로드맵 발표 당시 정부가 추정한 65.6%보다 0.4% 포인트 낮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17년까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서는 매년 8%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해야 한다. 고용률 70%라는 정부 목표가 ‘일장춘몽’에 가까웠다는 뜻이다.
정부 안에서도 고용률 70% 달성을 포기하는 모습이다. 고용노동부 고위관계자는 “시간선택제를 중심으로 일자리 양을 늘리는 게 아니라 질을 높이는 것으로 정책 방향이 바뀌고 있다”면서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과정에서 고용률 70%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들은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싼 임금 때문에 고용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제가 늘수록 고용의 질은 떨어지는 상황”이라면서 “비정규직 채용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추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도 “대부분 비정규직인 시간제를 시간선택제 대신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4-10-1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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