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아빠진 증권사…수신금리 내리면서 대출금리 안내려

약아빠진 증권사…수신금리 내리면서 대출금리 안내려

입력 2014-10-19 00:00
수정 2014-10-1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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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은행에 이어 증권사들도 발 빠르게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의 수신금리를 일제히 인하했지만 정작 대출금리는 내리지 않고 있어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9일 연합뉴스가 국내 10개 대형 증권사를 상대로 설문을 한 결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직후 10개 증권사가 모두 CMA 금리를 0.25%포인트 내렸거나 내리기로 했다.

이로써 증권사들의 CMA 금리는 지난 2009년 2월 이후 5년8개월 만에 1%대로 내려앉았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16일부터 octo CMA 머니마켓랩(MMW)형의 개인 고객에 적용하는 금리를 기존 연 2.2454%에서 1.9954%로 0.25%포인트 낮췄다. 환매조건부채권(RP)형 CMA 금리는 연 2.15%에서 1.9%로 내렸다.

삼성증권도 같은 날 RP형 CMA 금리를 연 2.10%에서 1.85%로 0.25%포인트 인하했고 대우증권도 랩형 CMA 금리를 연 1.98%로 0.25%포인트 낮췄다.

현대증권,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종금증권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직후인 지난 16일부터 CMA에 지급하는 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하나대투증권은 지난 8월 0.25%포인트 인하에 이어 이번에도 CMA 금리를 0.25%포인트 내리기로 하고 적용날짜를 검토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CMA 금리뿐 아니라 위탁자, 집합투자증권 투자자, 장내파생상품 거래의 예수금에 적용하는 금리도 1.28%에서 1.03%로 0.25%포인트 인하하는 등 수신금리를 대부분 낮췄다.

증권사들은 고객 자금을 회사채나 국공채 등에 투자하는 데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수익률도 하락하므로 CMA 금리를 낮춘다.

증권사들은 앞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하했던 지난 8월에도 CMA 금리를 낮추는 등 거의 기준금리 추이에 연동해 금리를 조정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의 대표적인 대출금리인 신용융자에 적용하는 금리의 인하 계획에 대해서는 모두 “계획이 없다”거나 “검토 중”이라고만 대답했을 뿐 실제 신용융자 금리를 인하한 증권사는 한 곳도 없었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나 증권금융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로, 대출금리가 적용되고 나중에 주식을 팔아 빌린 자금을 갚는다.

증권사들은 신용융자의 자금 대출 기간에 따라 1∼15일은 5.0∼12.0%, 180일 초과는 8.5∼13%의 고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CMA 금리와 비교하면 4∼6배 수준이다.

증권사들은 은행처럼 예금으로 받은 자금을 대출로 운용하는 게 아니어서 수신금리와 여신금리를 직접 비교하는 게 무리가 있다고 항변한다.

증권사의 신용융자는 자기자본을 이용해 대출해주는 것인데 신용융자는 주가하락 가능성 등의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신용융자에 적용한 고금리가 고스란히 증권사 수익으로 돌아가는 것인데 현재 금리가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어서 이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금융회사들은 대개 수신금리를 빨리 낮추고 여신금리 인하는 시차를 두면서 그로 인한 수익을 챙기려 한다”면서 “이는 금리 인하를 통해 채무자 부담을 덜어주고 소비를 유도하려는 정부 정책에도 역행하고 소비자들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이므로 즉각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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