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장기공백으로 M&A 줄줄이 무산…고민 깊어지는 CJ

총수 장기공백으로 M&A 줄줄이 무산…고민 깊어지는 CJ

입력 2015-01-08 10:45
수정 2015-01-08 10:4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여러분은 내 걱정 말고 우리의 공동 목표인 ‘그레이트 CJ(Great CJ)’를 위해 정진해 달라.”

이재현 CJ그룹회장이 새해를 맞아 그룹 임직원들에게 전한 말이다. 손경식 회장은 올 신년사를 발표하며 원고에 없던 이 회장의 이런 메시지를 전했다.

1,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건강 악화로 구속집행이 정지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이 회장이 문병 온 손 회장에게 이런 말을 한 것은 그룹 경영 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대목이다.

8일 CJ그룹 등에 따르면 이재현 회장이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2013년 7월 검찰에 구속된 이후 중요한 투자 결정 등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는 등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 때문에 CJ그룹은 이 회장 구속 이후 주요 계열사의 전략기획 책임자로 구성된 전략기획협의체를 구성하고, 손경식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 등이 참가하는 그룹 경영위원회를 설치했지만 중요한 의사결정 등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총수 부재 상황에서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회장 구속 이후 계열사인 CJ대한통운의 미국과 인도 물류업체 인수도 중단됐다.

또 CJ제일제당의 중국 바이오 공장 인수도 최종 성사 단계 직전에 중단되는 등 각종 사업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CJ그룹 관계자는 “해외투자를 통한 성장 기반 확충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 회장 부재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줄줄이 무산됐다”며 “이제 더는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J그룹은 올해 물류 분야 사업을 강화하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 CJ그룹은 2000년대에는 식품·식품서비스, 생명공학,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 신유통 등 4대 사업군 가운데 CJ E&M을 중심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집중투자했다.

10년간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영화, 방송 부문에 투자를 계속해 요즘 들어 그 효과를 조금씩 보고 있다. 우리 영화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를 기반으로 CJ는 2010년대에는 물류에 역략을 집중하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것이 2010년 대한통운 인수다. 이를 기반으로 CJ는 해외 물류업체 인수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이 회장 부재 등의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손경식 회장은 지난 5일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물류는 세계 일류를 향해 가야 하는 분야”라며 외국 업체 인수합병(M&A) 재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2020년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이라는 목표도 재차 강조했다.

문제는 아직도 이 회장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는데 한두달 가량이 더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 회장의 상고심이 2월, 늦으면 3월에나 열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손 회장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전한 새해 메시지를 통해 “반드시 건강을 회복할 것이니 내 걱정을 말고 그룹 목표를 위해 정진해 달라”고 당부했듯이 그룹 경영에 대한 관심과 재기 의지를 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은 일단 전문경영인 체제를 좀 더 강화하는 방식으로 총수 장기 부재 위기에 대응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내달 중순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임원 인사를 보면 그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일단 재계에선 이채욱 CJ대표 부회장의 역할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대신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의 경우 경영 일선에서 한발짝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부회장은 건강 등의 이유로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로 건너간 이후 그룹 경영에는 가급적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런 상황이 이 부회장이 영입했던 노희영 전 CJ그룹 고문이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던 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사법처리에 따른 경영 공백이 3년차에 접어든 만큼 CJ그룹에 올해는 참으로 중요한 한 해”라며 “이 회장의 최종심 결과에 대해 재계에서 비상한 관심을 갖는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