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명 놓쳐 그와 접촉한 수백명의 감염 의심자 찾아야
국내 첫 메르스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이 자가 격리 대상으로 지정되지 않고 비행기를 타고 중국으로 출국한 일이 알려져 방역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28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세번째 메르스 환자 C(76)씨의 아들인 K(44)씨는 16일 당시 ⓑ병원 2인실에서 아버지를 4시간가량 문병했다.
해당 병실에는 국내 첫 번째 메르스 환자인 A(68)씨도 함께 입원해 있었다.
K씨는 A씨와 좁은 공간에서 밀접하게 접촉했는데도 질병관리본부는 그를 ‘밀접접촉자’로 분류하지 않았고 자가 격리 대상에도 넣지 않았다.
K씨는 질병관리본부의 관리에서 벗어난 상태에서 고열(38.6도) 등 메르스 의심 증상이 나타나는데도 중국 출장을 강행했다.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환자를 음압 격리실(바이러스가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설계된 병실)에서 치료해 바이러스의 외부 전파를 차단하고 있다.
또, 메르스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밀접 접촉자’는 자택에 격리한다.
환자는 병실에, 환자와 접촉한 사람은 집에 격리함으로써 이 바이러스의 확산 가능성을 막는 방식이다.
그러나 메르스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K씨가 질병관리본부의 통제 범위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 확인돼 방역 체계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K씨는 그동안 직장에 출근하고 두 차례 병원을 방문했으며 비좁은 비행기에 탑승했다.
뒤늦게 K씨가 메르스 밀접 접촉자임을 확인한 질병관리본부는 K씨의 부인, K씨가 방문한 의료기관의 의료진 10명, 직장 동료 180명 중 밀접접촉자, 항공기에서 K씨 좌·우·앞·뒤 각 3열 사이에 앉았던 승객들을 찾아 추가 전파 막기에 나섰다.
1명을 놓친 탓에 수백 명에 가까운 감염 의심자를 더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방역에 구멍이 뚫린 것에 대한 무한 책임은 방역 당국에 있는 만큼 국민에게 죄송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이 당국의 방역에 성실하게 협조하지 않는 이상 완벽한 방역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K씨는 아버지와 누나가 메르스 감염자로 확진을 받았는데도 이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25일 한 병원 응급실에 동행한 K씨의 부인이 이 사실을 의료진에게 밝히고서야 그가 메르스 의심자임이 알려졌다.
K씨를 진료한 응급실 의료진도 문제다. K씨를 진료한 지 이틀이 지나서야 보건 당국에 이 사실을 신고했다. 이미 K씨가 중국에 도착한 뒤였다.
서울대 감염내과의 최평균 교수는 “사법권이 없는 질병관리본부는 결국 조사를 받는 사람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조사 대상자들이 사실을 모두 밝히지 않거나 거짓을 말하면 방역 당국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며 국민의 협조를 당부했다.
환자 본인과 의료진의 신고가 제때, 성실히 이뤄졌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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