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는 뇌물?’김영란법’에 농축수산업계 비상

한우는 뇌물?’김영란법’에 농축수산업계 비상

입력 2015-08-02 10:24
수정 2015-08-0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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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농축수산물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명절 단골 선물인 한우와 굴비 등을 공무원 등과 주고받았다가 자칫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돼 농축수산물 소비가 침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사대접 비용이나 경조사비 허용 기준은 대통령령인 시행령에서 정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달 중 시행령 입법예고안을 만들 계획이다.

지난 5월 권익위 주최로 열린 시행령 제정 토론회에서는 식사대접 비용은 5만∼7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 수준에서 허용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의견이 모였다.

현행 공무원 행동강령에서는 음식물과 경조사비 허용 한도를 각각 3만원, 5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농축수산물 업계는 처벌 대상 선물 가격이 5만원 선에서 정해지면 농축수산물 수요가 대폭 줄어 소비 위축과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2일 농협 축산경제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설과 추석 명절에 주로 팔리는 농축산물 선물은 절반이 5만원 이상이다.

지난해 농협유통 양재점의 과일선물 매출 구성을 가격대별로 보면 5∼8만원이 42%로 가장 많고 이어 3∼5만원(32%), 3만원 이하(18%), 8만원 이상(8%) 순이었다.

단가가 높은 한우선물세트는 올해 설 기준 10만원 이상 제품의 매출 구성비가 93%에 달한다.

2012∼2014년 평균 한우 명절특수 매출 증가분은 농가 총수입 4천536억원과 유통마진 3천772억원을 포함해 총 8천308억원 수준이다.

김영란법 시행 후 매출 50% 감소를 가정하면 4천155억원, 30% 감소를 가정하면 2천493억원이 추석 한우 매출에서 줄어들 것으로 축산경제리서치센터는 추산했다.

황명철 농협 축산경제리서치센터장은 “김영란법 시행령에서 농축산물 품목별로 예외한도 가액을 설정하거나 처벌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수요 감소 부작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시행령 논의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인 농축산인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산물도 사정은 비슷하다. 수협중앙회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산물 연간 소비액 6조7천억원 가운데 22%인 1조5천억원 어치가 설과 추석에 팔린다.

특히 대표적인 명절 선물인 굴비는 명절에 팔리는 비중이 39%다. 현재 굴비는 원료어인 참조기 가격 급등으로 5만원 미만 선물용 상품은 찾기 어렵다고 수협은 설명했다.

아울러 명절 기간 수협이 파는 수산물 선물세트 196개 품목 중 5만원 이상 상품이 절반 이상(55%)을 차지한다.

수협은 매출이 최대 50% 줄어들 수 있다는 전제로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명절 기간 피해액이 최고 7천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농협 품목별전국협의회 회장단과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는 지난달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농축산물과 수산물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하는 건의문을 각각 권익위에 보냈다.

또 김영란법을 두려워하는 업계는 화훼업계다. 난을 비롯한 화훼는 80% 이상이 경조사용으로 소비돼 규제가 소비 부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2011년 2월부터 공무원의 명절과 승진·전보 때 3만원 이상 축하 화환과 화분 등을 규제하면서 국내 화훼 업계가 타격을 받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05년 1조105억원이었던 화훼 생산액은 2013년 7천368억원으로, 같은 기간 화훼 농가는 1만2천859개에서 9천147개로 감소했다.

aT 관계자는 “현행 규제로도 화훼 선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해 화훼 소비 둔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화훼 선물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면 화훼소비가 급랭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만원을 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형사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100만원 이하도 직무와 관련 있으면 처벌하도록 엄격히 규제한다.

지난 3월 국회와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대통령 재가를 마친 김영란법은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9월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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