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에 경품행사 고객정보 팔고, 당첨자 바꿔치기 하고

보험사에 경품행사 고객정보 팔고, 당첨자 바꿔치기 하고

입력 2017-05-28 15:37
수정 2017-05-28 15:3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소비자 울리는 ‘경품 꼼수’…“피해 막을 방안 마련돼야”

최근 경품 등과 관련해 기업이나 상점들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와 같이 이벤트를 열었다가 당첨자에게 약속했던 경품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이벤트에 당첨됐다고 거짓말을 한 뒤 제품을 보내고 대금을 청구하는 등의 ‘악덕 상술’로 인한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준다고 했다 ‘나 몰라라’…끊이지 않는 소비자 우롱

28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2015~2016년)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전화 당첨 상술’ 관련 소비자상담은 총 2천299건(2015년 1천348건, 2016년 951건)으로 집계됐다.

‘추첨 상술’은 2015년에 269건, 2016년에 260건 각각 접수됐다.

전화 당첨 상술은 불특정인에게 전화로 ‘당첨됐다’고 통보해 인적사항을 확인한 후, 해당 주소로 도서나 테이프 등을 보낸 뒤 나중에 대금을 청구하는 상술을 말한다.

추첨 상술은 사람이 많은 번화가나 학교 앞, 터미널 등에서 회사 창립 기념·신제품 개발 등을 빙자해 추첨이 된 사람에게 물건이나 경품을 무료로 증정한다고 하면서 결국 세금 등의 명목으로 대금을 청구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한 골프의류 브랜드는 지난해 1천만원 상당의 1캐럿 다이아몬드를 경품으로 내건 이벤트를 진행했고, 당첨자는 제세공과금(22%)으로 200만원 가량을 지불했다.

그러나 당첨자가 여러 감정소에서 경품으로 받은 다이아몬드의 등급 판정을 한 결과, 200만원에도 못 미치는 저품질 제품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이 당첨자는 다이아몬드를 반납하고 보상을 요구했으나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품 증정을 둘러싸고 소비자와 소송까지 가서 기업 이미지가 손상된 사례도 있다.

최근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1년 동안 무료 음료를 주는 것처럼 홍보 문구를 넣어 놓고도 정작 당첨된 소비자에게 1개의 음료만 지급했다가 민사소송을 당해 패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스타벅스 홈페이지에서 ‘특별한 사연을 게시판에 올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면 추첨을 통해 100명에게 1년간 매일 음료 쿠폰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행사에 응모해 당첨됐다.

그러나 스타벅스 측은 행사 공지사항에 실수가 있었다면서 음료 쿠폰 1장만 지급했다. A씨는 스타벅스가 공개적으로 실수를 인정하고 홈페이지 변조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지만, 사과가 이뤄지지 않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스타벅스는 지급하지 않은 364일 치 무료 음료 쿠폰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할 이유가 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형마트 경품 이벤트도 당첨자 바꿔치기와 고객 개인정보 판매 등으로 시끄러웠다.

홈플러스는 경품행사 등을 통해 입수한 고객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불법적으로 팔아넘겨 처벌받았다. 직원이 경품 이벤트를 조작해 외제 승용차 등을 가로챈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2015년에는 이마트와 롯데마트 보험사 경품행사에서도 당첨자 바꿔치기 등으로 수억원대 경품이 빼돌려진 사실이 확인됐다.

◇ “기업 대응도 문제…피해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돼야”

경품 행사 관련 분쟁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종 법적 소송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경품을 둘러싼 실수나 착오 등이 발생했을 때 소비자와 기업의 인식차이가 있고, 기업이 소비자의 감정을 자극해 일을 키우게 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비자는 경품 관련 갈등이 발생했을 때 기업의 공식적 사과와 보상을 원하지만, 기업은 ‘실무자의 실수였다’는 식으로 둘러대며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소비자를 ‘블랙컨슈머’로 치부하거나 스타벅스의 경우처럼 행사 내용을 변조하는 경우 소비자를 자극해 소송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009년 배스킨라빈스는 경품 약속을 어겼다가 ‘굴욕’을 당했다.

아이스크림 전문점 배스킨라빈스를 운영하는 BR코리아는 일본여행에 당첨된 소비자에게 경품 제공을 계속 미뤘다.

당첨자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 승소했으나, 회사 측은 이후에도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당첨자는 강제집행을 신청했고 법원이 BR코리아 본사에 있는 에어컨 4대를 압류하기에 이르렀다.

이 사건으로 BR코리아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배스킨라빈스 역시 스타벅스처럼 세계적인 브랜드지만 소비자에 대한 인식에서는 기대 이하였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내용이 전파되면 기업은 금전적 손실 외에도 심각한 이미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배스킨라빈스 경품 사건의 당사자이자 이번 스타벅스 경품 사건의 대리인인 최수진 변호사는 “글로벌 브랜드가 명성을 쌓는 데는 수년이 걸리지만 잃는 데는 반나절이면 충분하다”며 “한번 반(反) 소비자 기업으로 주홍글씨가 찍히면 유사 사례가 발생할 때 함께 언급된다”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지난 2009년 배스킨라빈스의 여행권 제공 이벤트에 당첨됐지만, 업체가 제공 의무를 이행하지 않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벌여 승소한 바 있다.

최 변호사는 “기업은 소비자에게 공식적으로 진솔하게 사과하는 것이 재무·법무의 논리로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란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도 “소비자들은 경품 당첨을 기대하면서 개인 정보 등을 제공하게 되는데, 이를 받는 기업들에 단순히 도덕적으로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이벤트 등을 통해 얻는 이득보다 그로 인한 문제가 생겼을 때 피해가 더 큰 환경을 위해 법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