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로 실효 거두기 어려워…기업 포함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1일 비정규직 과다 고용 대기업에 부담금 부과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재계는 “경영 환경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재계 관계자들은 전반적으로 말을 아끼는 가운데 “올 것이 왔다”며 일자리 정책과 관련한 정부의 압박이 본격화하는 것으로 보고 긴장하는 분위기다.
일자리위원회 이용섭 부위원장은 이날 민간기업 가운데 과다하게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대기업에 대한 고용부담금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위원장은 대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세액공제 적용기한 연장 등 세제지원 방안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4대 그룹 관계자는 “기업마다 특성이 다른데 정부가 획일적으로 부담금을 부과한다면 경영 환경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기업 상황과 글로벌 경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규직은 한 번 뽑아 놓으면 기업이 끝까지 안고 가야 하기 때문에 추가 채용이 다들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잘못하면 고용시장이 경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처럼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면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며 “기업 등을 포함한 사회적 합의부터 이뤄내는 게 순서가 아니겠는가”라고 밝혔다.
정규직 전환 관련 정부의 세제지원안에 대해서도 “어차피 세제지원이 기업의 정규직 추가고용 부담을 모두 커버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비정규직의 90% 이상이 중소기업 소속인 현실에서 대기업만 공격받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 중에도 어려운 기업이 적지 않으며 한국 기업은 인건비 비중이 글로벌 경쟁업체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며 “이처럼 대기업만 몰아붙이면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조 등 기존 정규직 근로자의 양보 없이 대기업에만 일방적으로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도 재고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비정규직 문제는 대기업보다는 중견·중소기업에서 더 많이 불거지고 있다. 대기업을 상대로 채찍을 때린다면 당근도 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부 정책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는 만큼 구체적인 안이 나오는 것을 살펴보면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다른 관계자는 “일자리 문제 해법에 대해 각 대기업이 대책을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며 “오늘 가이드라인이 나왔으니 정부가 충분한 토의를 거치고 여유 시간을 준 뒤 적용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는 “정부 안이 확정되면 기업들도 독불장군이 아닌 만큼 지키긴 할 것”이라며 “다만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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