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돈 경제] 3% 성장 열쇠 쥔 추경…‘골든타임’은 바로 지금

[반환점 돈 경제] 3% 성장 열쇠 쥔 추경…‘골든타임’은 바로 지금

입력 2017-07-02 10:17
수정 2017-07-0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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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경기 회복세…추경 효과 더해져야 3% 성장 ‘가시권’여야 이견에 추경안 처리 불투명…“단기적 경기 부양책 필요”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올해 우리 경제의 3% 성장 전제조건이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집행에 있다고 꼭 집어 말했다.

지난해 말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그러나 연초부터 경기가 수출을 중심으로 돌파구를 찾자 성장률 상향 조정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기에 추경이 적시에 집행되면 3% 성장도 불가능한 숫자가 아니라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문제는 추경안이 국회에서 공전하며 통과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추경의 생명은 ‘신속성’에 있다. 통과가 지연될수록 효과는 반감되고 3% 성장을 멀어질 수 있다.

따라서 추경 통과와 함께 겨우내 살려놓은 경기회복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정부가 계속 불을 지펴주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 ‘경기 회복+추경 = 3년 만에 3% 성장’ 가능성 솔솔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추경이 빨리 집행되기만 한다면 2%대 저성장에서 탈출해 다시 3%대 경제성장을 열 수 있다는 게 우리 경제팀의 전망”이라고 말했다.

3% 경제성장 달성의 핵심 조건이 추경이라는 뜻이다.

애초 정부는 지난해 말 우리 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2.6%를 제시했다. 하지만 연초부터 수출과 생산, 투자지표가 살아나면서 성장률 상향조정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경기 회복세를 감안하면 성장률 상향조정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3% 성장 달성은 또 다른 문제다. 최근의 경기 회복세만 가지고는 쉽지 않다.

이에 따라 3% 성장 달성의 키는 추경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추경은 전년도에 마련한 예산을 불가피한 이유로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추가로 편성하는 예산이다.

세입이 예상보다 크게 줄어 지출을 충당하기 어렵거나 예상하지 못한 지출 요인이 생겨 재원이 필요할 때 정부는 추경 계획을 짜고 국회 동의를 거쳐 집행하게 된다.

예외적인 상황에 한해 편성하게 돼 있지만 그동안 경기보강에 추경이 사용되는 일이 잦았다. 지난해의 경우에도 조선 등 산업구조조정에다 예기치 못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가결 등 대외리스크 요인이 겹치면서 11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문 대통령은 청년실업 등 어려운 고용시장 상황을 감안해 대통령에 당선되면 10조원대 규모의 일자리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공약했고, 실제 당선 후 이를 실행에 옮겼다.

재정건전성 문제 등을 논외로 하면 추경이 성장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편성한 11조원 규모 추경이 당해 성장률을 0.12~0.13%포인트(p), 다음해 성장률을 0.18~0.19%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실제 정부 역시 11조원 규모의 올해 일자리 추경을 편성하면서 성장률 0.2%포인트 제고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산술적으로 볼 때 추경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기만 한다면 3년 만에 3% 성장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 경제는 2014년(3.3%)을 제외하면 2012년 이후 계속 2%대 저성장에 머물러 있다.

금융연구원 박성욱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추경이 경기에 직접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빨리 집행된다면 (3% 성장이) 가능하다”면서 “다만 시기가 늦어지면 기술적으로 올해 성장률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정부·여당 마음은 급한데…추경 국회는 ‘공전’

3% 성장 달성의 전제는 신속한 추경 집행에 달려 있지만 추경안 통과 권한을 쥔 국회에서는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야권은 추경이 국가재정법상 편성 요건에 맞지 않고 공무원 증원과 같은 항목이 미래 재정 부담을 지울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김상곤 교육·송영무 국방·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3명이 사퇴하지 않는 이상 추경 심사에 착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당은 자유한국당을 뺀 나머지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여야 3당만이라도 추경 심사에 착수하자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이 위원장으로 있는 8개 상임위를 중심으로 추경 심사에 들어가자며 두 야당을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지난달 29일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상태에서 추경을 심사한다고 합의한 적이 없다”고 밝히면서 추경 국회 논의는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바른정당 마저 민주당이 ‘일방통행식 진행’을 한다며 상임위 일정에 협조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바른정당은 오는 3일부터 심사 착수에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29일 추경 논의를 위해 열리기로 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야당 위원들의 불참 속에 개의조차 하지 못했다.

같은 날 열린 정무위 전체회의는 야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성과 없이 회의가 끝났다.

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추경 통과 협조를 당부하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야 3당 정책위원장을 만나 읍소를 했지만 아직은 성과가 없다.

정부와 여당은 그야말로 속이 타는 심정이다.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실제 사업을 집행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차를 고려하면 논의가 지연될수록 추경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추경이 지연되면 3%대 성장은커녕,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보이는 우리 경제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차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환송 나온 여당 지도부에 “추경이 걱정”이라며 “빨리 시기를 놓치지 않고 해야 효과가 있으며 삶이 어려운데 시기를 놓치면 소용이 없다”고 걱정을 털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추경이 국회에 회부돼 상임위에 상정될 때까지 걸린 기간만 따지면 이번이 최장기다.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에는 추경이 8월 27일 국회에 회부돼 닷새만인 9월 1일 상임위에 최초 상정됐고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에는 4월 18일 추경이 국회 회부돼 바로 다음 날 상임위에 상정됐다.

올해 추경은 지난 7일 국회에 넘겨졌으나 25일째 상임위에서 논의되지 못한 채 계류돼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경안에만 의존하지 않고 별도 정책으로 경기의 군불이 꺼지지 않도록 하는 노력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개별소비세 인하나 임시 공휴일처럼 작은 것들이지만 당장 효과가 나오는 정책도 이어나가면서 경기 동력이 꺼지지 않게 정부가 계속 불을 지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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