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행정혁신위 “금융당국, 케이뱅크 인허가시 절차에 문제”

금융행정혁신위 “금융당국, 케이뱅크 인허가시 절차에 문제”

입력 2017-10-11 14:36
수정 2017-10-11 14:3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위법 확실한 증거는 아직 찾지 못해”…인가기준 재정비 권고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컨트롤타워 부재…정부개입 원칙 정립 권고

금융당국의 개혁안을 마련 중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인허가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금융업권별 인가기준을 일관성 있게 재정비하라고 권고했다.

혁신위는 지난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은 컨트롤타워 부재 속에 불투명하고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의사결정과정이 문제였다면서 구조조정 추진시 정부개입 원칙을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고도 권고했다.

윤석헌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은 이날 금융위원회에서 이런 내용의 금융행정혁신위원회 논의 현황과 1차 권고안을 발표했다. 13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혁신위는 12월 중에 금융위원장에게 금융당국 개혁을 위한 최종권고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윤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금융당국이 케이뱅크 인허가 과정에서 행정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판단”이라며 “그간의 사례와 다르게 금융당국이 (대주주인 우리은행의 인가를) 허용하는 쪽으로 유권해석한 것은 산업 정책적 고려가 감독 목적상 고려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된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법과 은행업 감독규정 등에 따르면 신설될 은행 주식의 4%를 초과해 보유한 최대주주는 최근 분기 말 기준 위험자산대비 자기자본(BIS)비율 8% 이상을 충족하고, 해당 기관이 속하는 업종의 재무건전성에 관한 기준의 평균치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케이뱅크 예비인가 심사 당시 최대주주인 우리은행의 BIS비율은 14%로, 8%는 넘었지만 국내 은행 평균인 14.08%에 미치지 못했다.

우리은행은 당시 김앤장법률사무소의 법률자문을 받아 금융위에 재무건전성 기준의 적용 기간을 ‘최근 분기 말’이 아닌 ‘최근 3년간’으로 늘려 적용해달라고 요청했고, 금융위는 이를 수용해 우리은행이 최근 3년간 BIS비율이 14.98%로 국내 은행의 3년 평균치(14.13%) 이상이니 재무건전성을 충족했다고 볼 수 있다고 유권해석했다.

윤 위원장은 “행정 절차상 규정의 구절만 놓고 보면, 우리은행이 인가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옳다고 보지만, 금융당국은 정책을 끌고 가는 입장에서 자의적 해석에 따라 금융 감독적 측면보다는 정책적 측면에 방점을 두고 긍정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책적 판단의 부분이 있어서 위법이라고 할 만한 확실한 증거는 아직 찾지 못했다”면서 “추가 조사와 의견수렴을 통해 최종권고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는 이와 관련, 금융위원장에 금융업권 인가기준을 일관성 있게 재정비하고 재량권 행사의 세부기준 등 인허가 매뉴얼을 마련해 공개하라고 권고했다.

또 인허가 관련 법령해석이 필요할 때 기존 사례와 다르거나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서는 법제처 등 중립적 외부기관으로부터 의견을 구하라고 지적했다.

혁신위는 조선업·해운업 구조조정과 관련, 지난해 상반기까지 구조조정이 서별관 회의로 불리는 비공식 회의체를 통해 결정됐고, 논의내용도 공개되지 않는 등 불투명하고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의사결정과정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또 컨트롤타워 부재 속에 산업부처와 금융당국 간 이견조정이 미흡했다고 지적하면서 오랫동안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에 관여해온 것이 결과적으로 시장중심의 상시적 구조조정 활성화를 저해하면서 정부의 부담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의 산업은행 관리의 효율성에도 문제가 있어 대우조선해양 등 산업은행의 출자회사 관리 과정에서도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경영능력이 비전문가를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고, 자회사 매각이 지연됐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구조조정 추진시 정부개입 원칙을 명확히 정립하고 의사결정과정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또 기간산업의 경우 구조조정 컨트롤타워를 확립하고 산업부처와 금융당국 간 협력을 강화해 구조조정 방향을 적기에 결정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라고 권했다.

아울러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자회사 등 출자회사에 대한 관리와 관련,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등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고 출자회사에 대한 투명하고 신속한 매각이 진행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나가라고 권고했다.

혁신위는 금융위원회의 주요 회의체인 금융위와 증선위의 의사록 공개가 부실하고, 안건은 비공개로 운영됐고, 일반 행정문서의 80% 이상이 비공개로 처리되는 등 정책 결정과 집행과정 불투명하다면서 의사록 등 주요 논의내용을 상세히 공개하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일부 금융회사의 CEO 추천·선임과정이 투명하지 않아 금융권 전체의 신뢰상실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금융권 CEO 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서 모범규준 등을 통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했다.

윤 위원장은 이와 관련, “금감원 채용비리와 관련한 내부 쇄신방안을 검토중”이라며 “최종권고안에 관련 내용을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는 금융권내 영업관행 개선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범위와 유형의 갑질문화 사례를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서민금융체계의 근본적 개편과 금융소비자 보호의 획기적 강화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