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대출 ‘경고등’…5년 10개월 만에 50조원 재돌파

저축은행 대출 ‘경고등’…5년 10개월 만에 50조원 재돌파

김태이 기자
입력 2017-12-20 09:47
수정 2017-12-2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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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효과 탓…“부동산·자영업자 경쟁력 제고 대책 필요”

가계와 기업이 저축은행에서 빌린 돈이 약 6년 만에 50조원을 다시 돌파했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상호저축은행의 여신 잔액은 50조921억원으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19.8%(8조2천733억원) 늘었다.

저축은행 대출이 50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1년 12월(50조2천376억원) 이후 5년 10개월 만이다.

저축은행 대출은 2010년 5월 65조7천541억원으로 정점을 찍고서 이듬해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계기로 꾸준히 감소했다.

2014년 6월에는 27조5천698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이후 증가세로 반전하더니 지난해 7월 40조원(40조785억원) 벽을 다시 넘어섰다.

이후 매달 증가하며 몸집이 50조원대까지 커졌다.

증가 속도도 빨라졌다.

2015년 1분기 한 자릿수이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그해 4월부터 매달 두 자릿수를 기록 중이다.

특히 지난해 2월부터 올해 5월까지는 내리 20%대 증가율을 찍기도 했다.

2014년 하반기 이후 저축은행 대출이 늘어난 것은 저금리, 부동산 규제 완화가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저축은행뿐 아니라 다른 금융기관의 대출 규모가 본격적으로 늘어난 시점도 이때였다.

여기에 풍선효과라는 특수 요인도 저축은행 대출 증가 요인에 가세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가계대출 급증세를 잡기 위해 지난해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시행하자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서민들이 저축은행으로 향했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금융당국이 비은행권 가계대출까지 조이기에 나선 점도 저축은행 대출 확대로 이어진 모양새다.

저축은행들이 발 빠르게 기업대출 확대로 영업 전략을 수정했고 내수 부진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의 수요가 맞아떨어져 대출 확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저축은행 대출 증가세는 달가운 신호는 아니다.

저축은행 대출은 일반 은행 대출보다 금리가 높고 차입자들은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로 접어들면 취약 계층의 빚 상환 부담이 늘고 대출이 부실화할 수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정부가 1금융권 대출을 조이다 보니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이라며 “2금융권 기업대출의 경우 대부분 자영업자, 중소기업 대출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2금융권 부채 증가세를 둔화하려면 주택 가격 급등 지역에 대한 맞춤형 부동산 정책이 필요하다”며 “중소기업, 자영업자의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도 발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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