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금 충격, 내부 갈등 확산”…강남 재건축 사업 곳곳 삐걱

“부담금 충격, 내부 갈등 확산”…강남 재건축 사업 곳곳 삐걱

신성은 기자
입력 2018-05-20 10:06
수정 2018-05-2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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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 3주구 등 재건축 부담금 고민 커져…신반포 15차는 시공사 교체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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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 재건축 아파트 단지 전경. 재건축 규제 강화 이후 투자자들이 청약시장, 재개발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서울신문 DB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 재건축 아파트 단지 전경. 재건축 규제 강화 이후 투자자들이 청약시장, 재개발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서울신문 DB
강남 재건축 사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지방선거 등의 변수에 곳곳에서 사업이 차질을 빚거나 지연되고 있다.

재건축 부담금이 많이 나올 것으로 우려되는 단지들은 조합원 간 갈등이 심화되며 사업 중단까지 검토 중이다.

20일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은 주택시장의 모든 규제가 재건축 단지를 겨냥한 결과”라며 “한동안 재건축 시장에 빙하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 관리처분 앞둔 단지들 부담금 공포에 ‘전전긍긍’

서초구 반포 현대의 재건축 부담금이 당초 조합이 내놓은 예상액의 16배까지 치솟으면서 강남권 재건축 시장엔 ‘부담금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당장 시공사 선정 후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야 하는 서초구 반포 3주구는 부담금 문제로 조합원과 조합 내부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다른 재건축 단지들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재초환)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말 서둘러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것과 달리, 이 단지는 조합 측이 자체 산출한 부담금이 6천500만원 수준에 그친다고 보고 무리하게 행정절차를 밟지 않았다.

그러나 반포 현대의 부담금 산출 기준을 적용할 경우 가구당 부담금이 3억∼4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충격에 쌓였다.

이 아파트는 앞서 진행한 세 차례의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현대산업개발의 단독 응찰로 모두 유찰돼 선착순 수의 계약이 가능하지만 시공사 선정을 미루고 있다.

시공사를 선정하면 한 달 내 조합이 자체 산출한 부담금 예정액을 구청에 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지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부담금 문제로 조합 내부 분위기가 상당히 좋지 않다”며 “반포 3주구는 반포 1·2·4주구와 재건축을 같이 해야 할 텐데 예정대로 사업이 갈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역시 시공사 선정을 앞둔 대치 쌍용2차도 대책 마련을 모색 중이다.

이 단지는 지난달 말 시공사 입찰을 마감한 만큼 일단 예정대로 다음 달 2일 총회에서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을 놓고 시공사를 선정한 뒤 강남구청으로부터 재건축 부담금 예정액을 받아보고, 금액이 예상보다 높으면 조합원 총회에서 설계·마감 변경안을 포함한 여러 대안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조합 관계자는 “당초 조합에서 추산한 재건축 부담금은 가구당 최고 1억원 수준인데 반포 현대 기준이면 그 이상 나올 것 같다”며 “일단 부담금 예정액을 받아보고 사업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신반포15차 시공사 교체 추진, 잠실 주공5 건축허가 지연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5차(한신15차)는 이달 말 시공사 교체 안건을 놓고 조합원 임시총회를 열 예정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관리처분인가까지 신청했는데 최근 시공사와 임대주택 문제, 무상 사업비 조달 문제 등을 놓고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현지의 중개업소 대표는 “조합 이사회에서 조합원 20%의 동의로 시공사 교체와 관련한 총회를 열기로 한 상태”라며 “다만 시공사가 교체될 경우 지난해 말 신청한 관리처분인가가 유효한지 논란이 있고, 이 경우 자칫 재초환 대상이 될 수 있어서 시공사와 ‘합의’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지방선거 때문에 사업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당초 3월 말 서울시가 이 아파트의 국제현상설계공모 결과를 발표하면, 4월에 건축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서울시가 내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표를 미루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이 아파트의 ‘50층 재건축’을 허용한 뒤 재건축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부의 8·2대책과 ‘엇박자’ 논란을 일으켰다.

잠실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재건축 시장이 가라앉아 있어서 후속 일정이라도 진행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선거 전까지는 올스톱인 상황”이라며 “이런 추세면 건축허가도 올해 가을 이후로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재건축 정비계획안도 수립하지 못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최근 강남구청을 통해 정비계획 수정안을 제출했다. 서울시는 금주 중 관련 서류를 확인해 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서울시와 조합의 견해차가 크고 지방선거까지 앞두고 있어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 전문가들 “1대 1 재건축 쉽지 않아…부담금 공포에 사업 차질”

잠실 주공5단지나 은마아파트 등 초기 재건축 단지들이 재건축 절차를 밟더라도 재건축 부담금 문제로 후속 일정이 차질없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부담금이 현실화되면 조합원 간 갈등이 극심해져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초 공개한 서울 강남 4구 15개 재건축 단지의 부담금은 평균 4억4천만원, 최고 8억4천만원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대지 지분이 넓은 저층 재건축 단지의 부담금은 1인당 1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아무리 강남에 거주하는 조합원이라도 세금을 내기 위해 수억원씩 현금을 쌓아두는 사람은 몇 안 된다”며 “조합원들 동의율 채우기가 쉽지 않아 재건축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곳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압구정 특별계획구역 3구역 등 일부 단지는 재건축 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일반분양분이 없는 ‘1대 1’ 재건축을 검토하고 있다. 조합의 일반수입을 줄여 부담금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1대 1 재건축은 일반분양을 통한 수입이 없다 보니 막대한 건축비를 조합원들이 다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한 재건축 전문가는 “강남권 고급 아파트 단지는 재건축 부담금을 안 내려다 조합원들의 건축비 부담액이 더 많아지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며 “이미 현재 용적률이 높아 어쩔 수 없이 1대 1 재건축을 하는 경우가 아니면, 1대 1 재건축을 선택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값비싼 외산 자재와 마감재, 특화설계 등을 동원해 개발비용(건축비)을 늘려 재건축 부담금을 줄이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이 비용을 모두 순수한 ‘개발비용’으로 인정해 부담금에서 빼줄지는 미지수다.

대형 건설회사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심의를 할 때도 정부는 비싼 자재나 특화설계를 추가 가산비용으로 인정해주지 않았다. 정부가 재건축 사업에서는 이 비용을 부담금을 줄이기 위한 ‘꼼수’로 보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서는 앞으로 수년간 재건축 사업이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자산관리연구원 고종완 원장은 “지난 3년간 재건축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당분간 서울 아파트 신규 분양과 입주 물량에는 문제가 없지만 문제는 5년 뒤”라며 “올해부터 재건축 부담금 등의 문제로 신규 사업들이 어려워지면 당장 5년 뒤부터 서울지역의 주택 신규 공급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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