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브스쿨 창업자 “신용불량자 된 뒤에…”

아이러브스쿨 창업자 “신용불량자 된 뒤에…”

입력 2010-11-12 00:00
수정 2010-11-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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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든 타의든,주저앉은 뒤에는 국내에서 재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신기원을 열었던 ‘아이러브스쿨’ 창업자 김영삼(42)씨는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00년대 초반 이후 인터넷 등 국내 IT 업계에서 대기업 외에 신규로 창업해 성공한 사례 자체가 없었다”며 “개인적으로도 한 번 맛본 쓰라림을 극복하고 재기하기엔 문턱이 너무나 높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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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브스쿨 창업자 김영삼씨 연합뉴스
아이러브스쿨 창업자 김영삼씨
연합뉴스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임을 자부해마지 않는 우리나라이지만,실제 ICT 업계에서 벤처 창업의 기업가 정신은 사라진 지 오래라는 우려 섞인 지적도 적지 않다.

 한때 애플의 실패한 창업자였던 스티브 잡스가 화려하게 복귀해 전 세계 모바일 생태계 혁신을 주도하는 미국의 현실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김 씨가 지난 1999년 10월 본격 사업에 나선 아이러브스쿨은 최근 해외에서 역수입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사이트(SNS)의 원조격으로,싸이월드와 함께 토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사이트였다.

 김 씨의 엄청난 성공은 카이스트 연구실에서 아이디어만으로 출발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국내 벤처 성공 신화에서 빠지지 않고 거론돼온 ‘스토리’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 씨가 아이러브스쿨을 떠난 2001년 2월 이후 지난 10년간 시절은 그에게 떨쳐 버리기 힘든 깊은 상처를 남겼다.

 2000년 8월 500억원을 제시한 야후의 인수 제안은 달콤했으나 김 씨는 경영권 보장을 약속한 국내의 한 중소기업을 택해 일부 지분을 넘기게 된다.

 이후 김 씨는 당시 언론에도 일부 알려진 바와 같이 아이러브스쿨 지분 매각을 둘러싼 분쟁에 휘말렸다.

 지분매각 대금을 받지 못한 채 지분을 넘긴 김씨는 지분을 받아간 중소기업 대표가 아이러브스쿨 지분을 다른 회사에 넘기고 해외로 도피한 뒤부터 ‘급전직하’의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그에게 몰아닥친 더 큰 시련은 주식 매매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였다.소득이 없으므로 과세를 피할 수 있다는 변호사의 말만 순진하게 믿고 자진 신고하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매매를 미리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마저 더해진 세금 총액은 13억5천만원.이는 이후 5년간 이자를 포함,총 24억여원으로 불었다.

 남은 재산 6억여원은 통째로 압류당하고,신용불량자 낙인이 찍혔다.국세청 관계자로부터는 “딱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차라리 야후에 팔았더라면..” 끝없는 분노,회한에 자신을 용서할 길이 없었다.“아무도 만나지 않은 채 아이들을 돌보며 책만 읽었습니다.사람을 믿은 것뿐인데 이렇게 배신당하고 나니,그들을 용서할 수 없었고,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을 찾을 수 없었죠.” 그렇게 수년간을 칩거한 뒤에야 정신을 차린 그는 2005년 3월 ‘아이티아’를 설립,아파트 커뮤니티 사이트 사업에 도전했다.

 그러나 오랜 방황의 끝에 돌아온 시장 상황은 냉랭했다.누구도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었다.가정내 아픔도 적지 않게 겪었다.그러나 더 이상 좌절할 데도,물러설 데도 없었다.

 유럽의 화학물질 규제 장벽인 ‘리치(REACH)’에 주목,자나깨나 매달린 끝에 환경부 발주 용역을 따내는 성과도 거뒀으나 리치에 대한 관심은 일시적이어서 ‘밥벌이’는 될 수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그는 중국에서 새로운 인터넷 사업을 준비 중이다.거액의 세금을 갚지 못한 신용불량자 완장을 찬 채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다.그러다 주식매각 분쟁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재개됨에 따라 일시 귀국했다.

 김 씨는 “돌이켜 생각해보면,회사(아이러브스쿨)를 떠난 것은 아이를 낳고 버린 행동과 같았다”며 “개인적 시련도 시련이지만,창업과 도전이 ‘머니게임’으로 변질돼 버블 붕괴로 이어진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면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오랜 ‘숙성’과 해외경험을 거친 그가 국내 인터넷 시장에 갖는 생각은 어떤 것일까.

 그는 “중국은 물론,세계 시장 트렌드 관점에서 볼 때 우리 인터넷 현실은 우물 안 개구리”라고 진단했다.

 김 씨는 “철저한 실명인증과 가입 시 고객동의를 통해 강제로 다른 서비스도 가입하게 하는 사업자 위주의 시장 환경에 길든 우리 업계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다”며 “‘우리만의 리그’로 변질된 인터넷 시장도 ‘테스트베드’로서 장점을 상실한 지 오래”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사 게재 이후 오전 네이버에서 ‘아이러브스쿨’ 검색어가 1위에 오르는가 하면,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킹(SNS) 사이트에서 김씨에 대한 격려글이 쇄도하는 등 누리꾼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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