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5개월만에… 포털 2·3위 포괄적 제휴 속내는
지난 14일 전격 발표된 인터넷 포털 2위 다음커뮤니케이션(다음)과 3위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의 포괄적 제휴는 다음 측에서 먼저 제안했다. NHN의 ‘네이버’가 앞서가기 전까지 국내 인터넷 포털의 효시이자 제왕으로 군림했던 다음. 그들은 왜 먼저 3위 업체에 ‘오월동주’(吳越同舟)의 고육책을 제시했을까. 두 회사 ‘동상이몽’(同床異夢)의 합일점은 어디까지이고 분기점은 어디서부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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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 대표이사 만남 이후 급물살
지난해 9월 다음의 김현영 비즈니스 총괄 부사장이 SK컴즈에 포괄적 제휴라는 ‘깜짝카드’를 제시했다. 숨막힐 정도로 정체된 1~3위 판도에서 돌파구를 모색하던 SK컴즈로서는 ‘불감청 고소원’, 내심 바라던 바였다.
실무협상은 같은 해 10월에 시작됐다. 그러나 경쟁업체 간 제휴 협상이 순탄할 리 없었다. 제휴 콘텐츠를 놓고 서로 상대방의 강점 분야에만 눈독을 들였다. 자사의 강점은 꼭꼭 감추려 들었다.
엉킨 매듭은 결국 수장들이 풀었다. 11월 최세훈 다음 대표이사와 주형철 SK컴즈 대표이사가 만나 “전방위적인 협력을 한다.”는 대전제에 합의했다. 그로부터 5개월여 만인 지난 14일 두 회사는 포괄적 업무제휴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두 회사의 타깃은 당연히 업계 1위인 ‘네이버’의 NHN이다. NHN은 지난해 1조 2000억원으로 추정되는 검색 광고시장에서 7000억원(58%)의 매출을 올린 절대강자. 올해부터는 자회사인 NHN비즈니스플랫폼(NBP)을 통해 직접 영업에 나서면서 광고주가 28%나 늘었다.
하지만 인터넷 광고업계에서는 이런 구조에 불만이 많다. NBP의 광고단가가 다른 회사보다 60% 정도 비쌀 뿐 아니라 지나치게 자사에 유리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인터넷 쇼핑몰 광고주는 “네이버가 하자는 대로 하지 않으면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가 많지만,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광고회사 관계자도 “네이버가 높은 점유율을 무기로 광고시장에 진출하면서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음과 SK컴즈 연합은 NHN에 대한 광고업계 전반의 거부감과 가격 경쟁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양사 연합으로 광고 채널이나 노출은 두배로 늘어나는 반면, 가격은 네이버보다 상대적으로 싸다는 점이 이들의 가장 큰 무기”라고 분석했다.
●속내 다른 연합, 그 결과는?
그러나 두 회사의 ‘2인3각’ 정신은 딱 여기까지다. 공동의 적이 네이버라는 점을 빼면 서로 노림수가 확연히 차이 난다. 다음이 바라는 것은 ‘싸이월드’로 축적된 SK컴즈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프라다. 다음 관계자는 “당장은 3위 업체인 SK컴즈가 광고단가와 점유율 상승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매체력이 높은 우리가 SK컴즈의 SNS 인프라를 흡수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SK컴즈는 충성도 높은 다음 이용자와 다음 아고라 등 커뮤니티 콘텐츠를 노리고 있다. SK컴즈 관계자는 “당장 올라갈 수 있는 외형 매출을 노린 제휴가 아니다.”라면서 “콘텐츠의 질을 향상시켜 장기적인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회사는 벌써부터 광고수익 배분을 놓고 서로를 견제하고 있다. 클릭당 과금 방식(CPC) 검색광고는 다음이, 정액제 과금 방식(CPT) 검색광고는 SK컴즈가 운영하면서 상대 측에서 나온 수익을 나눠 갖기로 한 것도 철저한 자사 중심 셈법에서 비롯됐다.
한편 NHN은 “두 회사의 제휴로 시장이 크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특히 오버추어에 의지하는 최상단 광고가 변함이 없기 때문에 광고시장에서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2011-04-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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