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 누적 적자에 비용절감 수순 관측
올 6월부터 물량 줄여 연내 가동 중단평택 공장 인력은 국내 他 사업장 배치
이전 시기 미정… “희망퇴직 검토 안해”
LG전자가 국내 스마트폰 생산 거점을 베트남으로 옮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경기 평택 공장의 스마트폰 생산 물량을 6월부터 줄여 연내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평택에서 생산하던 스마트폰 물량은 베트남 북부 하이퐁 공장이 맡는다. LG전자는 그동안 평택, 베트남, 브라질, 중국(옌타이, 칭다오), 인도 등 6곳에서 스마트폰과 피처폰을 연간 3800만대 생산해 왔다. 1400여명이 근무하는 평택 공장에서는 전체 생산량의 10~15%를 담당했으며, 생산 이외에 전체 스마트폰 생산의 컨트롤타워 역할도 하고 있다. 이번에 결정한 것은 스마트폰 생산 물량을 옮기는 것으로 기존에 수행하던 양산성 검증이나 품질 검사 등 역할은 평택에 그대로 남는다.
이번 조치는 적자에 허덕이는 스마트폰 사업의 비용 절감을 위해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지난해 4분기까지 1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며, 누적 적자는 3조원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누적 적자가 3조원이면 통상 사업을 접는데 LG전자가 생산 거점을 이동하는 것은 사업을 어떻게든 살려 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LG전자는 평택 생산 물량을 베트남으로 옮겨 인건비는 물론 장기적으로 신흥시장에서 물류, 세제 등의 이득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의 경우 인건비가 최저임금 기준 월급 418만동(약 20만원) 정도로 낮은 데다 하이퐁에는 LG전자 휴대폰뿐만 아니라 TV, 생활가전 등 LG 계열사 공장들이 모여 있어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LG전자 평택 공장 인력은 창원 등 국내 다른 사업장으로 전환 배치된다. 업계 관계자는 “인력을 공기청정기, 건조기, 의류관리기 등 수요가 높은 신가전 라인으로 재배치해 효율화를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LG전자는 그동안 MC사업본부 인력을 타 사업부로 전환 배치해 몸집을 줄여 왔다. 올해 상반기 신입 공채에서도 MC사업본부 채용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공장 이전 작업이 본격 진행될 경우 제조부서 인원 800명 이상이 희망퇴직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희망퇴직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국내 생산 스마트폰 비중은 2008년 11.4%에서 2018년 1.3%로 급감했다. 국내 휴대폰 생산량이 가파르게 줄어드는 동안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신흥 국가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기준 중국이 전체 70%를 차지하고 있고, 인도는 13%대, 베트남은 10%대를 생산한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2019-04-2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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