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변수’로 떠오른 국민연금…SK 이어 두산 합병도 제동걸까

합병 ‘변수’로 떠오른 국민연금…SK 이어 두산 합병도 제동걸까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24-08-23 14:06
수정 2024-08-2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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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SK이노베이션·E&S 합병 반대
주식매수청구 권리 생성…행사 여부 미정
SK이노 지분 전량 행사 시 6800억 넘어
두산 사업 재편에 어떤 입장 낼 지도 관심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두산에 공개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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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과 두산그룹의 사업 재편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에 반대 입장을 낸 국민연금은 논란이 되고 있는 두산 계열사의 분할·합병 건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이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도 관전포인트다.

23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는 전날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건에 대해 반대 결정을 했다. 수탁위는 “주주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SK이노베이션의 ‘2대 주주’로 지분율은 6.28%다.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은 오는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앞둔 SK이노베이션에도 통지가 돼 반대표로 집계가 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의 반대는 그 자체로 끝나지 않고 국내 기관투자자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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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경영진. 왼쪽부터 강동수 SK이노베이션 전략·재무부문장,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추형욱 SK E&S 대표, 서건기 SK E&S 재무부문장. SK이노베이션 제공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경영진. 왼쪽부터 강동수 SK이노베이션 전략·재무부문장,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추형욱 SK E&S 대표, 서건기 SK E&S 재무부문장. SK이노베이션 제공


주총에서 합병이 통과되기 위해선 전체 주식 수의 3분의1 이상, 참석 주식 수의 3분의2 이상의 찬성표를 확보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 1대 주주인 SK㈜ 지분율은 36.22%. SK㈜가 의결권 행사를 포기할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참석 주식 수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이번 반대 결정으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도 확보했다. 다만 실제 이 권리를 행사할 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청구권 행사 기간은 27일 주총 당일부터 9월 19일까지다. 이 기간 SK이노베이션 주가 추이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지분 전량(608만 9654주)을 행사할 지, 일부만 행사할 지, 행사하지 않을 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지분 전량을 행사한다면 SK이노베이션 측이 부담하는 금액은 약 6817억원이다. SK이노베이션은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8000억원을 넘으면 ‘합병 조건 변경, 계약 해제’를 할 수 있다고 공시했는데 거의 육박하는 금액이다. SK이노베이션이 추가 비용 부담을 감당한다 해도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라 취득한 자사주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5년 안에 처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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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 산하의 두산밥캣을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한다는 사업 재편에 일반주주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어떤 판단을 내릴 지 주목된다. 사진은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이 충전기 케이블을 전기차 충전구에 체결하기 위해 위치를 조정하는 모습. 2024.7.30 두산로보틱스 제공
두산에너빌리티 산하의 두산밥캣을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한다는 사업 재편에 일반주주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어떤 판단을 내릴 지 주목된다. 사진은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이 충전기 케이블을 전기차 충전구에 체결하기 위해 위치를 조정하는 모습. 2024.7.30 두산로보틱스 제공


국민연금이 다음달 25일 주총을 앞두고 있는 두산 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낼 지 예단할 수 없으나 두산 입장에선 여러 가능성에 대비를 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두산에너빌리티 산하의 두산밥캣을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한다는 이번 계획은 주주들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성사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태다.

국민연금이 두산 주총 전에 위원회를 열고 이 안건을 심의한다면 두산밥캣 1주당 두산로보틱스 0.63주를 교환하는 게 주주가치 훼손인지를 집중적으로 따져볼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주식매수청구권 규모 한도를 6000억원으로 설정했다. 이 회사 지분 6.94%를 보유한 2대 주주 국민연금이 안건에 반대하고 청구권을 행사하면 이 한도를 단번에 넘어서게 된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비영리 사단법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9일 ‘두산 3사 분할합병 등 정정 증권신고서’와 관련해 공개 질의를 했다.

“각 사 이사회에서 이사들이 일반주주 관점에서 얼마나 상세하게 이번 자본거래의 장단점을 토론했는지 그리고 이번 자본거래를 이사회가 보고 받은 시점과 논의한 시간은 얼마인지”를 묻는 포럼의 질문에 두산이 어떤 답변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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