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역 투기과열지구’ 논란
“정비 시급” vs “풍선효과 우려” 맞서정부가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 올해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나의 자치구 안에도 집값이 오르는 지역이 있는 반면 각종 규제에 묶여 낙후된 곳이 있기 마련인데, 이런 현실을 무시한 채 일괄적으로 서울 전체를 사업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여당도 이번 조치가 내년 지방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걱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7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새 정부 출범 뒤 이미 서울의 일부 자치구는 노후 주택 밀집으로 화재에 취약하거나 슬럼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을 2~3개 동(洞) 단위로 묶어 도시재생 사업 대상 선정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8·2 부동산 대책’에 따라 서울에서 도시재생 사업이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낙후지역의 시민들이 유탄을 맞게 됐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목동과 마곡지구 집값이 올라 양천구와 강서구가 투기과열지구에다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이 됐는데, 두 자치구에는 김포공항 항로 아래에 있어 고도제한으로 개발이 묶인 신월동(양천구)과 화곡동(강서구)도 있다”면서 “투기세력을 잡겠다고 사전 협의도 없이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다가 애먼 서민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고 성토했다. 여당 안에서조차 “내년 수도권 지방선거를 어떻게 치르란 거냐”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 관계자는 “수명이 다해 지진과 화재에 취약한 노후 주택이나 시설물 등은 도시재생으로 정비가 시급하다”면서 “투기를 잡으려다 안전 확보는 물론 도시를 재구조화할 적기를 놓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투기로 도시재생 지구의 땅값과 집값이 오르면 5년간 50조원으로 잡혀 있는 뉴딜사업의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면서 “부동산 가격 안정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2017-08-0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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