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연 워싱턴 특파원
하지만 뇌의 전전두엽(前前頭葉)을 작심하고 활성화시킨 뒤 생각하면 둘의 유사점이 없지 않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
두 사람 다 독재적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그들이 한번 마음 먹은 일은 밑에서 감히 거스르지 못할 만큼 자기확신이 강하다. 행사 또는 프레젠테이션에서 대중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과정이 치밀한 연출의 산물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둘 다 종교적 찬양(디지털 현자, 경애하는 지도자)으로 숭배된다. 양복을 입지 않는 전략적 유미주의도 닮았다.
실은, 다음과 같은 얘기가 하고 싶어 이 글을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다르게 생각하기’(Think different)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컴퓨터 그래픽만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잡스의 것이었다. 그는 매혹적인 디자인과 간편한 기능을 갖춘 MP3로 음악을 듣는 문화를 창출했다. “그레이엄 벨이 전화를 발명했을 때 시장조사를 했을까. 천만의 말씀!”이라는 그의 사자후는 ‘다르게 생각하기’의 무한(無限)을 보여준다.
“우주를 뒤흔들자.”고 기염을 토하는 이 ‘디지털 구루(guru)’는 오늘날 아이작 뉴턴 이래 가장 기념비적인 사과(애플)의 주인이 됐다.
김정일은 세계 주류 리더들과 반대 쪽을 바라보고 있다. 대문을 걸어잠그고도 경제발전이 가능하다고 믿는 이 ‘경애하는 지도자 동지’는 사과나무에서 배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사람처럼 보인다. 3대(代) 세습을 목표로 플루토늄을 부여안고 줄타기하는 모험술은 별로 바뀔 기미가 없다.
닮은꼴 하나 더. 김정일의 ‘다르게 살아가기’ 정책에 볼모가 된 많은 북한 주민이 배를 곯고 있다. 잡스가 출시한 아이패드와 아이폰, 아이팟을 매집하느라 숭배자들의 지갑은 자꾸만 홀쭉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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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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