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리허설이라 다행인 대구국제육상대회/장형우 체육부 기자

[오늘의 눈] 리허설이라 다행인 대구국제육상대회/장형우 체육부 기자

입력 2010-05-21 00:00
수정 2010-05-21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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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우 체육부 기자
장형우 체육부 기자
육상은 인간의 기본적인 운동능력을 확인하는 종목이다. 더 빨리, 더 멀리, 더 높이 뛰기 위해 선수들은 전력을 다한다.

그런 선수를 직접 보는 것만큼 신나는 일도 없다. 관중은 장대를 떠나 날아오른 선수가 스칠 듯 말 듯 바를 넘어가는 순간의 스릴을 느끼며 환호한다. 해머가 원 안을 뱅글뱅글 돌다 선수의 손아귀를 벗어나는 순간의 해방감은 누가 시키지도 않은 탄성을 자아낸다. 파르르 떨며 창공을 가르는 창은 하늘을 날고자 하는 꿈을 담았고, 한 뼘이라도 더 멀리 뛰기 위한 몸부림은 무용 못지않은 예술이다.

하지만 19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에서는 이런 즐거움을 느낄 수 없었다. 남자 세단뛰기를 시작으로 각 종목이 5분 간격으로 필드와 트랙에서 이어졌다. TV 중계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진행했다고 한다. 어느 한 종목에 집중하는 게 불가능했다. 차라리 집에서 TV로 보는 게 나았다. 단지 세계적인 스프린터들을 직접 눈으로 보는 데 만족해야 했다. 비록 이번 대회가 내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위한 ‘리허설’ 성격이 짙다고 하지만, 값비싼 출전료를 지불하고 해외 유명 선수들을 데려온 것에 비하면 형편없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산만한 경기장에서 새로운 기록이 쏟아질 리도 없었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조기 매진됐다던 6만 4000여 관중석도 절반 가까이 비어 있었다. 그나마 대회 내내 뭘 할지 모르던 수많은 자원봉사자라도 없었다면 경기장은 더 황량했을 것이다. 입장인원도 제대로 체크하지 않았다. 내년 대회 대학생 홍보단이 공짜로 경기장의 제일 좋은 자리를 차지했다.

기초적인 기록측정 시스템도 없었다. 100m의 경우 스타트 반응속도, 구간별 속도와 보폭, 순간 최대 속력을 알려주는 시스템을 7억여원의 예산 부족을 이유로 장만하지 못했다. 어차피 내년 대회 때문에 구입해야 한다. 행정편의주의를 보는 듯했다. 우사인 볼트 같은 전무후무한 선수를 데려와 오로지 스타트 반응속도 하나만 챙겼다. ‘리허설’이라 정말로 다행이었던 대회였다.

zangzak@seoul.co.kr
2010-05-2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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