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우선 좋은 교사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요즘은 학교폭력을 비롯해 워낙 교사에 대해 안 좋은 얘기가 언론에 많이 보도되어 교사들도 상당히 위축된 모습이다. 한국교총에서는 아예 지금의 학교 현실이 스승의날을 기념하지 못할 정도로 교사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취업도 어렵고 경제여건도 어려운 시기에 교사가 직업 인기순위에서 첫 번째인 것으로 봐서는 자부심을 가질 만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에서 좋은 교사란 결국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교사일 것이다. 각 학교에서 꼭 필요한 기초적인 것을 학생들에게 열심히 가르치는 교사에게는 아무도 뭐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때론 업무처리로 힘들고 학교폭력 등으로 학생들은 말을 안 듣고 몇몇 학부모가 심하게 항의를 해서 힘들기도 하지만, 늘 학생을 생각하면서 열의를 가지고 열심히 가르치며 학생을 공평하게 대하는 교사는 자연스럽게 인정받게 된다. 대부분의 학부모들과 얘기하다 보면 좋은 교사가 누구인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아마 자녀들의 입을 통하거나 다른 학부모를 통해서 알고 있는 것 같다.
자, 그러면 좋은 학부모란 누구일까.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자녀를 한두 명만 낳다 보니 학부모가 자녀의 학교나 자녀에 대해서 관심이 상당히 높다. 우리나라만이 가진 상당한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한 백화점의 조사에 의하면 학부모가 스승의날 선물을 주고 싶은 대상이 학원 강사가 1위, 담임교사가 2위라는 씁쓸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 요즘 학부모의 생각을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 럼에도 최근 학교에서는 이런저런 일로 학부모들이 자주 학교행사에 참여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아침마다 등굣길 교통 지도 봉사를 하는 녹색어머니회, 학생들의 시험이나 자율학습을 감독하는 어머니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렇게 학교에 도움을 주는 학부모들은 학교로부터 다른 기대 또는 반대급부를 바라기보다는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봉사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런 학부모가 바로 좋은 학부모의 본보기일 것이다. 또한 좋은 학부모라면 자녀에 대해서 잘 아는 것이 중요하고 학부모가 자녀를 아는 것과 담임선생님이 학생으로서 보는 것을 잘 비교할 줄 아는 지혜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자녀가 지닌 장점을 살려주고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책임의 범위를 얘기할 때 스승은 학교 밖까지, 선생님은 학교 안까지, 교사는 담당교실, 강사는 자기과목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면 스승의날을 맞아 좋은 교사의 책임범위는 어디쯤일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로 스승의날을 맞아 선물로 고민하지 말고 진심으로 “선생님 감사드려요!”란 한마디를 전한다면 교사는 그 말만으로도 행복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 학교가 서로의 이해타산과 갈등 없이 학생을 제대로 교육하는 오직 한 가지 목적을 위해 충실하게 묵묵히 나아가는 좋은 교사와 좋은 학부모가 많기를 기대해 본다.
2012-05-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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