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의 2호선/김세영
밤늦은 귀가
흐물흐물한 애벌레처럼
창이 벽이 되는 몸체로 들어가
땅 속을 달린다
꿈의 터널을 뚫는 두더지가
어둠의 속살을 헤치는 박쥐로 진화했다는
옛 이야기를 창의 진동으로 듣는다
철제 껍데기 속의 번데기가
나비로 우화하는 꿈을 꾸다가
한 생의 목적지를 지나쳐버린다
귀에 익은 정거장의 이름이
다시 한 번 잠을 깨울 때까지
인큐베이터 속의 미숙아처럼
잠 속을 달린다
새로운 새벽의 귀가
전생의 기억들로 가득한 조간을 들고
낯설지 않은 집 앞에서 머뭇거린다.
2012-12-01 2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