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입어서 찌든 내의를
빨래판에 쉴새없이 문지르는
어머니의 흰 손이 보인다
오십 년 넘게 입고 다녀
때에 절고 해어진 속내를
누가 빨아주겠는가
몽돌해변에
눈을 감고 누워서
늑골판에 속내의를 문지르는
마디진 손가락을 온종일 느껴본다
젖은 내의를 입은 채
곰솔 숲길을 걸어가면
어머니 미소 같은 햇살이
솔잎을 흔들듯 말려준다.
2013-01-1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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