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에 시작된 철거 작전의 이름은 ‘나비 작전’이었다. 나비란 윤락녀(꽃)를 찾는 남성들을 상징하는 말이었다. 사창가를 없애려면 윤락녀를 단속하는 것보다 유객들을 단속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데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나비에 이어서 꽃을 내쫓은 이 작전은 김현옥 시장의 작품이었다. 종삼을 자주 드나들었던 사람들은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소위 ‘먹물’들이었다. 그들 사이에서 종삼은 전쟁이 끝난 뒤 황폐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허무감에 빠져 방황하던 영혼을 달래줄 안식처로 미화되었다. 생존한 한 원로 시인은 1950년대의 폐허에서는 명동의 술과 종삼의 여자만이 작가의 고향이었다고 적고 있다.
손성진 국장 sonsj@seoul.co.kr
2013-02-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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