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우리나라의 경상북도보다 조금 더 크고 인구는 고작 750만명인 작은 나라다. 물 부족국가에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으며 항상 안보 위협에 시달린다. 이런 작고 불안한 나라가 건국 60년 만에 세상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국가로 성장했다. 전 세계 벤처투자의 35%가 몰리고 세계 100대 하이테크 기업의 75%가 연구소나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원자력 안전기술과 인터넷 보안기술의 70% 이상,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바이오·헬스 융합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나라에선 인구 2000명당 1명이 벤처 사장이다. 이스라엘의 놀라운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이스라엘 출신 칼럼니스트 사울 싱어는 저서 ‘창업국가’에서 이스라엘이 과학기술에 기반한 두뇌강국으로 성장한 비결을 ‘후츠파 정신’에서 찾았다.
후츠파(chutzpah)란 ‘주제넘은, 당돌한, 뻔뻔한, 놀라운 용기’를 뜻하는 이스라엘 고유의 단어다. 어느 조직에서든 나이와 계급에 관계없이 상대가 누가 됐든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밝히고 토론을 통해 합리적 결론을 도출하는 문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과 혁신을 거듭하며 창업을 북돋는 문화의 바탕을 이룬다. 후츠파는 형식 타파, 질문의 권리, 섞이고 섞임, 위험 감수, 목표 지향성, 끈질김, 실패로부터 교훈 얻기 등 7가지 요소로 이뤄진다. 과감한 형식 타파로 체질을 바꾸고 누구나 마음을 열고 질문하며, 남이 하는 일에 대해서도 마음을 열고 위험을 인정해 주며 그에 따른 실패도 배운 것이 있다면 용인해 주는 사회에서 창조정신이 나오고 창조경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엊그제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특강을 한 윤종록 연세대 융합기술연구소 교수는 “창조경제를 실현시키려면 이스라엘의 후츠파 정신을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창업국가’의 번역자로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을 1년 앞두고 개최한 ‘과학기술의 융합과 산업화를 통한 창의국가’라는 정책세미나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섰던 인물이다. 새누리당 대선 공약팀을 거쳐 인수위 전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를 추천해 주목받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자원 빈국, 안보 불안국이라는 점에서 우리와 공통점이 많다. 창조경제를 화두로 내세운 새 정부가 벤치마킹을 하기에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후츠파 정신을 앞세우기엔 우리 사회가 너무 경직된 게 사실이다. 후츠파를 배우기에 앞서 학벌을 중시하고,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폐쇄적인 문화부터 사라져야 할 것 같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후츠파(chutzpah)란 ‘주제넘은, 당돌한, 뻔뻔한, 놀라운 용기’를 뜻하는 이스라엘 고유의 단어다. 어느 조직에서든 나이와 계급에 관계없이 상대가 누가 됐든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밝히고 토론을 통해 합리적 결론을 도출하는 문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과 혁신을 거듭하며 창업을 북돋는 문화의 바탕을 이룬다. 후츠파는 형식 타파, 질문의 권리, 섞이고 섞임, 위험 감수, 목표 지향성, 끈질김, 실패로부터 교훈 얻기 등 7가지 요소로 이뤄진다. 과감한 형식 타파로 체질을 바꾸고 누구나 마음을 열고 질문하며, 남이 하는 일에 대해서도 마음을 열고 위험을 인정해 주며 그에 따른 실패도 배운 것이 있다면 용인해 주는 사회에서 창조정신이 나오고 창조경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엊그제 청와대에서 열린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특강을 한 윤종록 연세대 융합기술연구소 교수는 “창조경제를 실현시키려면 이스라엘의 후츠파 정신을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창업국가’의 번역자로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을 1년 앞두고 개최한 ‘과학기술의 융합과 산업화를 통한 창의국가’라는 정책세미나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섰던 인물이다. 새누리당 대선 공약팀을 거쳐 인수위 전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를 추천해 주목받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자원 빈국, 안보 불안국이라는 점에서 우리와 공통점이 많다. 창조경제를 화두로 내세운 새 정부가 벤치마킹을 하기에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후츠파 정신을 앞세우기엔 우리 사회가 너무 경직된 게 사실이다. 후츠파를 배우기에 앞서 학벌을 중시하고,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폐쇄적인 문화부터 사라져야 할 것 같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13-03-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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