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화학물질사고 대기업·관 믿을 만한가/김상화 메트로부 부장급

[오늘의 눈] 화학물질사고 대기업·관 믿을 만한가/김상화 메트로부 부장급

입력 2013-03-25 00:00
수정 2013-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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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화 메트로부 부장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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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구미 불산 사고에 이어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맹독성 화학물질 유출사고가 예사롭지 않다. 영세 기업이라면 몰라도 삼성, SK, LG 등 삼척동자도 알 만한 글로벌 기업이 사고의 ‘주범’이라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우리의 눈과 귀를 의심하게 만든 세계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 화성공장의 올 1월 불산 누출사고는 서막에 불과했다. ‘3월 2일 LG실트론 경북 구미2공장 혼산(불산·질산·초산 혼합) 누출’ ‘22일 LG실트론 구미2공장과 SK하이닉스반도체 충북 청주공장 혼산 및 연소가스 누출’ 등 줄줄이 사탕처럼 올들어서만 벌써 4건이나 터졌다. LG실트론 구미2공장에서는 이달에만 두 번째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인근 주민들이 ‘이러다가 죽는 것은 아닌지’ 불안에 떠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기업들의 사고 대처 인식은 안일하기 짝이 없다. 삼성전자반도체공장과 LG 실트론 공장(2차 사고)은 사고 신고를 4~26시간 늦게 했고, SK하이닉스반도체와 LG 실트론 공장(1차 사고)은 아예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경미한 유출 사고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없어 관계 기관에 늦게 신고했다. 극소량이 누출돼 신고하지 않았다”며 축소·은폐로 일관했다. 그러는 사이에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 몫이 됐다. 사고 재발 방지 노력도 말뿐이었다. LG실트론 구미2공장은 2일 1차 사고 때 “안전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불과 20일 만에 또다시 비슷한 사고가 터졌다.

 행정·환경당국의 묘한 행보 역시 누구를 위한 기관인지 도통 헷갈리게 한다. 지난해 9월 근로자 5명이 숨진 경북 구미 산업단지 불산 누출 사고 당시 구미시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하지만 사고는 재연됐고, 사고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맹독성 화학물질 사고에 대비한 전문가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혼산 누출 사고를 낸 뒤 늑장신고한 LG실트론에 대해 관계 당국은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솜방망이식 처벌에 그쳐 ‘가재와 게’의 관계인지 의심하게 할 정도다.

 경북도도 1월 14일부터 2월 15일까지 도내 497개 유독물질 취급장에 대한 합동점검을 벌였으나 이후 사고가 잇따르면서 ‘수박 겉 핡기’ 식에 그쳤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도는 점검 이후 2차례나 사고가 난 LG실트론 사업장에서는 위반 사례가 없었다고 밝혔었다. 자칫 사고 기업을 감싸고 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자치단체들의 이 같은 행태는 결국 관에 대한 주민의 신뢰 상실로 이어질 뿐이다.

 화학물질 사고는 일단 터졌다 하면 주민에게 2, 3차 피해와 함께 환경 재앙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1970~1980년대 우리 경제는 중화학공업 중심 정책이었다. 사람만 늙는 것이 아니다. 화학공장의 시설도 노후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기업의 지금과 같은 행태와 행정당국의 소나기 피하기식 대처, 땜질 대응이 계속된다면 재앙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기업은 말뿐인 안전관리 대책이 아니라 실질적인 예방책을, 관계 당국은 근본적인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shkim@seoul.co.kr

2013-03-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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