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사회2부 부국장급
국정원과 검찰도 지하 비밀조직인 이른바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를 조직해 북한과 연계, 내란을 모의한 혐의로 자택과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고 이 의원을 포함한 관련자들을 형법상 내란음모 및 선동,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등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북한과의 연계 여부를 가리는 게 이번 재판의 핵심인 셈이다. 재판은 12일로 한 달을 맞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18차례 재판이 진행됐지만 국정원과 검찰은 RO 조직의 실체와 북한 연계성을 입증할 구체적 증거를 내놓지 못한 채 변호인단과 공방을 벌이고 있다.
RO 내부 제보자 이모씨도“ ‘남철민’이라는 조직명을 북한이 붙여줬다”고 주장했다가 “북한에서 붙여줬다는 말을 직접 들은 적은 없다”고 다시 말을 바꿔 신빙성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RO의 결성일이나 조직체계, 활동 내역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고 제보자 진술조서를 사전 작성했다는 점도 수사당국에 부담이 되고 있다. 사건 공개시점이 대선 댓글 의혹 등으로 국정원이 수세에 몰린 8월이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제보자는 당시 수사관에게 “댓글사건도 있는데 (공개수사가) 맞겠느냐”고 묻자 수사관은 “그럼 언제하나. 내년에 선거이고, 사건이 중요하니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변호인 측은 “제보자가 자발적으로 나선 게 아니라 경제적 이유 때문에 국정원의 사주를 받아 녹음한 것이라 녹취록이 증거로 인정될 수 없다”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재판부는 검찰이 결정적인 증거로 제시한 녹취록에 대해 아직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국정원과 검찰은 RO와 북한 연계성에 대해 계속 수사 중이지만 이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국면전환용 수사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반대로 내란음모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진보당은 정당 해산이라는 압박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최대 변수는 추가 수사 결과다. 국정원은 이 사건과 별도로 북한 대남공작 부서와 접촉한 혐의로 통진당 당원이자 민족춤패 ‘출’의 대표 전모(44)씨를 구속했다. 수사당국은 전씨와 출 단원들이 RO 조직원들과 수시로 연락한 사실을 포착하고 RO 관련성을 캐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새로운 혐의가 드러날 경우 내란음모 혐의 등에 대한 유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정국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이라 법원의 판단에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kbchul@seoul.co.kr
2013-12-1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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