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진 사회부 기자
한 이통사 관계자는 “방통위가 어떤 식으로 보복할지 모르기 때문에 행정소송이 아무리 법으로 보장돼 있다고 하지만 꿈도 못 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통위 결정은 사실상 대법원 최종심과 같다”고 덧붙였다. 막강한 파워를 휘두르지만 방통위 제재에서 대법원 판결과 같은 권위를 찾기는 어렵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대법원의 결정은 판례로 남아 이후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만 방통위 제재 기준은 수개월 만에 쉽게 바뀌기 때문이다.
2012년 12월 방통위가 주도 사업자를 선별해 단독으로 영업정지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이후 제재 결과들을 보면 ‘오락가락’이라는 수식어가 딱 어울린다. 지난해 3월 제재 때 벌점이 가장 높았던 SK텔레콤은 과징금 처분만 받았다. 하지만 4개월 뒤 가장 큰 벌점을 받은 KT는 7일간 단독 영업정지 조치를 받았고, 5개월 뒤인 지난해 12월엔 최고 벌점을 받은 SKT는 또 영업정지 없이 과징금만 부과 받았다. 반면, 올 3월엔 벌점이 가장 높은 LG유플러스에 14일, 2위 SKT에 7일 영업정지 제재가 내려졌다. 물론 “벌점 차가 적었다”는 등 방통위가 건건이 해명한다.
하지만 하루 번호이동자만 수천~수만 명, 또 그 결과가 고스란히 실적에 반영되는 살벌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이런 설명이 곧이곧대로 들릴 리 없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서비스 개발이나 요금인하 노력보다는 (방통위에 대한)로비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합의제 의사결정이 방통위원들에게 면죄부를 부여하고 무책임만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달 초 최성준 신임 방통위원장이 취임했다. 규제기관의 권위가 어디서 나오는지를 잘 아는 법관출신이다. 최 위원장이 직면한 현실은 이상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방통위의 보조금 축소 명령에 사업자들은 보조금 대란(大亂)으로 화답한다. 기준과 원칙이 흔들린 제재는 필연적으로 편들기 논란만 키우고 권위 실추를 부추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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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12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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