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조건/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고]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조건/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14-06-27 00:00
수정 2014-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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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일과 생활의 균형이 화두가 되면서 시간제 근로의 역할이 새로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시간제 근로가 노동시장의 다양한 일자리 수요를 충족할 뿐 아니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높이는 새로운 고용트렌드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적극 창출하고 확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선 우리나라의 노동현실상 시간제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가 될 수 없고, 질 낮은 일자리만 양산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시간제로 일하는 근로자의 임금수준과 사회보험 가입률은 전일제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고 임시·일용직 비율이 90%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좋은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 전일제 근로자와 시간제 근로자를 대우하는 데 있어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야 한다. 비정규직법에서 양자 간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시간제 근로자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징벌적 금전배상제도, 차별시정명령의 효력 확대 등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있으나 현장에 확실히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배상금을 복리로 지급하게 하는 등 좀 더 강력한 제재 마련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현행법에 따르면 주 15시간 미만 일하는 시간제 근로자는 휴일이나 연차휴가도 없고 퇴직금도 받을 수 없다. 시간제 근로자 중에서도 최하층 근로자인 셈이다. 속칭 ‘알바’라 불리는 일자리가 속하는데 이런 불합리한 규제 때문에 사회생활 초입부터 시간제 일자리에 대해 나쁜 인상을 갖게 된다. 반드시 시정이 필요하다.

셋째, 전일제에서 시간제 근로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의 확대가 필요하다.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현행법은 육아기에만 근로시간 단축 청구를 인정하고 있다. 시간단축청구권은 퇴직준비, 간병, 학습 등의 사유로 확대돼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전일제와 시간제를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는 체제로 바꿔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간제 근로 확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다른 법제도를 함께 손질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시간제 근로자에 대한 사회보험 적용을 들 수 있다. 현재 월 60시간 미만의 시간제 근로자는 직장의료보험이나 국민연금의 사업장 가입자가 될 수 없다. 그런데 시간제 근로자는 동시에 여러 직장을 가질 수 있다. 그 시간을 합쳐 월 60시간 이상 되는 경우 독일처럼 전일제 근로자와 같은 사회보험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이 옳다.

우리 경제의 활로는 노동력의 질을 높이는 데서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시간제 일자리는 매력적이다. 개인의 생애주기별로 일, 학습, 육아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자신의 필요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일자리다. 시간제 일자리가 확산되면 근로자는 시간 주권을 생활 속에서 실현할 수 있고, 기업은 우수한 노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근로자와 기업의 수요를 만족시키며 시간제 일자리가 늘어간다면 일과 생활의 양립이 가능해서 다른 나라보다 현저히 낮은 여성 고용률도 높아진다. 따라서 보다 나은 시간제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드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 모두가 윈윈하는 길이다.
2014-06-2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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