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균미의 빅! 아이디어] ‘강남스타일’, ‘별그대’를 이을 한류 3.0

[김균미의 빅! 아이디어] ‘강남스타일’, ‘별그대’를 이을 한류 3.0

입력 2014-03-15 00:00
수정 2014-03-15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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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균미 편집국 부국장
김균미 편집국 부국장
한국처럼 TV가 재미있는 나라도 드물다.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들은 물론이고 교양 시사물까지 볼거리가 정말 많다. 그래서 TV 프로그램들이 재미없어져야 책도 읽고 운동도 하고 가족 간에 대화도 늘어날 것이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만 그런 게 아닌 모양이다. 드라마 ‘대장금’과 ‘풀하우스’에 푹 빠졌던 중국인들이 지금은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와 사랑에 빠졌다. ‘별그대’는 중국의 인터넷 사이트 8곳에서 방영 중이며 지난 9일까지 30억 뷰가 넘어섰다고 한다. ‘별그대’에 대한 국내외 언론의 관심은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인 왕치산 중앙기율위원회 서기가 최대 정치행사 중 하나인 양회에서 극찬하면서 더욱 높아졌다.

중국에서 ‘별그대’와 ‘상속자들’의 성공을 두고 드라마 한류의 르네상스라는 다소 성급한 평가와 함께 성공 원인을 분석한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주연 배우들의 매력과 로맨스 판타지라는 장르가 주효했던 것도 있지만 그보다 규제가 심한 TV 대신 인터넷·모바일을 공략해 규제 벽을 넘었다는 분석이 그럴듯해 보인다.

우리는 그러잖아도 인터넷의 위력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바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통해서다. 2012년 유튜브에 공개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동영상은 싸이를 순식간에 월드스타 대열에 올려놓았다. 그러면서 한류의 유통채널로써 인터넷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그렇다고 좋은 소식만 있는 건 아니다. 일본의 지상파 방송에서 한국 드라마가 사라진다는 보도는 중국발 희소식에 찬물을 끼얹었다. 일본 전국에 방영되는 메이저 5대 방송이 모두 한국드라마를 편성하지 않는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란다. 최근 한·일 갈등에 따른 반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는 한류가 국내외 정치·사회 상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잘 보여준다.

또한 지금 당장은 중국에서 온라인을 통해 한류 드라마가 대박을 터뜨렸지만 TV 방영을 규제했던 것처럼 언제든지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방영도 규제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한다.

때문에 이번 중국과 일본발 소식은 지속 가능한 한류 콘텐츠 개발을 보다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한류는 ‘겨울연가’와 ‘대장금’ 등 드라마가 주도했던 한류 1.0, 이후 아이돌 그룹 중심의 K팝이 주도한 한류 2.0으로 이어진다. 지금은 정부 안팎에서 한류 3.0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데 다음의 몇 가지를 염두에 두면 어떨까 싶다.

중국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드라마나 K팝뿐 아니라 예능 등 방송 프로그램 포맷을 수출하고 한 발짝 더 나아가 중국과 공동제작을 늘리는 것은 한류의 장기적인 발전전략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다음은 콘텐츠의 다양화다. 드라마의 경우 사극이나 트렌디 드라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 드라마는 틀에 박혀 있어 한두 개만 보면 똑같아 식상하다는 선입관을 깨뜨려야 한다. K팝도 아이돌그룹들의 노래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싸이 돌풍과 최근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K팝 나이트 아웃 행사장을 뜨겁게 달군 크라잉넛 등 14개 록밴드의 활동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스토리의 독창성이 중요하다. 영화건 드라마건 만화건 모두 성패는 스토리텔링에 달려 있다. 드라마와 영화의 근간이 되는 문학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중국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방송작가나 시나리오 작가 육성제도에 대해서도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한류 육성이라는 목적에 매몰돼 국내 문화·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양극화를 심화시켜서는 안 된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초기에는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겠지만 이제는 민간 차원에서 하기 어려운 하드웨어 개발에 집중하고 한류의 혜택이 몇몇 기업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더 넓고 더 멀리 흘러내릴 수 있도록 물길을 터줘야 한다.
2014-03-1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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