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은 IT 종사자
인터넷 세상에서 일어나는 상식 논란은 ‘심심하다’뿐만이 아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덕분에 ‘권모술수’라는 사자성어는 상식인가에 대한 찬반 논의가 뜨거웠고, 유명 평론가가 영화 ‘기생충’ 평론에 ‘명징’이나 ‘직조’ 등의 다소 낯선 단어들을 사용하면서 다시금 상식의 경계에 대해 다양한 담론이 오가기도 했다. 심지어 ‘영국이 섬나라인 건 상식 아니냐’는 글에 ‘관심이 없으면 모를 수도 있으니 마냥 상식이라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기도 했다.
수많은 상식 논란을 젊은 세대의 기초 문해력과 의무 교육의 부실함으로 인한 퇴행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많지만, 매체의 변화에 맞춰 상식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2010년 이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모두 비슷비슷한 것을 즐겼다. 신문이나 TV와 같은 일방향 매체 덕분에 문화적 내러티브를 쉽게 축적했고,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를 붙잡고 지난밤에 본 드라마 이야기를 해도 말이 통하는 바야흐로 ‘상식’이 범람하는 시기를 보냈다. 심지어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며 혁신으로 등장했던 온라인 매체들도 그 소통의 소재는 여전히 기존 전통 매체, 그러니까 주류 대중문화에 의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개인 맞춤화 콘텐츠, 이른바 ‘알고리즘’이 선사하는 추천 콘텐츠의 세상에 들어서면서 ‘상식’의 기반은 크게 변화했다. 동영상 사이트만 해도 이용자들은 기존에 스스로가 즐기던 영상에 초점을 맞춘 알고리즘에 의해 그들이 좋아할 만한 다른 영상들을 ‘추천’받는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추천 콘텐츠들은 오롯이 개인을 위해서만 존재하며, 그 누구의 것과도 같지 않다. 때문에 몇백만 구독자를 가진 채널이라도 내 추천 목록에 나오지 않았던 채널이라면, 내가 즐겨 보는 구독자 50명의 채널보다도 못한 영향력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영화나 드라마는 물론 신문 기사와 책, 심지어 과일과 세제 종류마저도 알고리즘에 의해 개인에게 맞춤 제공되는 세상이 됐다.
결국 우리는 서로 너무나 다른 것을 향유하기에 우리 시대는 상식이 없는 것이 상식이 됐다. 내 상식이 세상의 상식일 거라는 착각은 오만이다. 이를 인정하고, 모르는 것이 있다면 한번 찾아보자. 그렇게 입력한 검색어 하나로 알고리즘은 당신에게 타인의 상식을 선사해 줄 것이며, 이것이 추천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정저지와’하지 않을 수 있는 ‘절차탁마’의 자세가 된다.
2022-09-1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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