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험대 오른 중동외교 전략적 선택 필요하다

[사설] 시험대 오른 중동외교 전략적 선택 필요하다

입력 2010-08-06 00:00
수정 2010-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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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의 중동 외교가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국가정보원 요원의 이른바 ‘스파이 사건’으로 한·리비아 관계가 수교 이후 최대의 고비를 맞았고, 미국이 대(對) 이란 제재에 한국이 적극 동참할 것을 요청해 왔기 때문이다. 두 나라 모두 우리가 지난 30~40년 동안 돈독한 경제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외교갈등에 따른 경제적 타격은 불가피하다. 리비아는 아프리카 국가 중 우리나라의 세번째 수출대상국이다. 이란은 지난해 100억달러 가까운 교역규모를 기록할 정도로 우리에게는 중동의 큰손이다. 그렇다고 우리 국익만 고려해 독자 행보를 취하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한·리비아 갈등은 우리 정부는 부인했지만, 리비아 정부가 우리 측에 10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무상으로 해 줄 것으로 요구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꼬이는 양상이다. 리비아에는 한국인 선교사와 현지 교민 사업가가 장기 구금된 상태다. 이란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 최근 방한한 아인혼 미 국무부 대북한·이란 제재 조정관은 한국이 유럽연합(EU) 수준의 강력한 추가 제재에 동참해 줄 것을 요구했다. EU는 지난달 26일 수송·에너지·재무 분야에서 이란을 제재하는 법안을 채택한 바 있다. 아인혼 조정관은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의 자산동결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함 사태 이후 국제사회와 대미 의존도를 높인 우리 정부로서는 유엔결의안 이행을 촉구하는 미국의 요구를 비켜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안이 복잡할수록 장기적 안목에서 고도의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 정부가 투트랙으로 이란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옳은 판단이라고 본다.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되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다각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이란과 대화를 지속하면서 반한감정이 조성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리비아 갈등의 진원에는 중동권에 대한 인식부족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관 직원 중 현지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전무한 상태에서 그들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볼 수 없다. 차제에 우리의 외교와 경제협력 방식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에 외교공관이 모자라고 인력운용에 문제점이 많다는 감사원 지적을 흘려넘겨선 안 된다.
2010-08-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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